안전 C등급 포항시청사
  • 김용언
안전 C등급 포항시청사
  • 김용언
  • 승인 2012.0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자’를 영어로는 `fat finger’라고 한다나 보다. 굵은 손가락이 자판을 잘못 건드려 오자를 내기 때문에 생긴 표현인가 보다. 새로 지은 포항시청사에 처음 들어섰을 때 작은 실수가 눈에 띄었다. `엘리베이트’란 문구가 들어간 안내판이었다. 이것은 현지발음 탓이라고 속으로 웃으면서 넘어갔다. 글 쓰는 일이 생업인 기자들이 저지르는 오·탈자에 대한 반성의 마음도 있었다. 
 포항시청사의 안내판 오자는 토속냄새가 나서 그나마 미소라도 짓게 하지만 정작 심각한 것은 건물의 부실이다. 여름철이면 청사 바닥엔 양동이가 열병식하듯 늘어서는 게 연례행사다. 제아무리 첨단건물이라한들 빗물이 새는 데야  당장은 양동이로 받아내는 수밖에 더 있겠나 싶기도 하다.

 1천억원 가까이 들여 지은 호화청사가 벌써 5년 6개월이 됐다. 그 사이에 문제는 더 커져 버렸다. 전문업체에게 안전진단을 받아봤더니 C등급이 나왔다는 얘기다. 5개 등급 가운데 중간이니 아직은 더 버텨도 되는 것인가? 지상 16층, 지하 1층 건물에서 나타난 균열이 45곳이나 된다고 한다.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제멋대로 갈라지고, 터지고, 금간 곳이 이렇게 많다.
 호화 청사를 지어놓고 말썽을 일으킨 지자체는 한두 곳이 아니다. 그 가운데 하나에  포항시청사가 들어 있다.`불명예 전당’에 이름을 올린 꼴이다. 그러니  부실 시공 의혹이 늘 따라다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괴테의 말이 생각난다. “건물을 볼 때는 세 가지를 주의 해 봐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장소에 서 있는가? 그것이 안전하게 되었는가? 그것이 잘 관리되고 있는가?” 그는 또 이런 말도 했다. “건축가의 운명은 가장 짓궂은 것이다. 한번도 살아 보지도 못할 건물을 낳기 위해서 그는 얼마나 자주 그의 모든 영혼, 그의 모든 마음, 그의 모든 정열을 쏟아 놓는가!”
 김용언/언론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