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를 영어로는 `fat finger’라고 한다나 보다. 굵은 손가락이 자판을 잘못 건드려 오자를 내기 때문에 생긴 표현인가 보다. 새로 지은 포항시청사에 처음 들어섰을 때 작은 실수가 눈에 띄었다. `엘리베이트’란 문구가 들어간 안내판이었다. 이것은 현지발음 탓이라고 속으로 웃으면서 넘어갔다. 글 쓰는 일이 생업인 기자들이 저지르는 오·탈자에 대한 반성의 마음도 있었다.
포항시청사의 안내판 오자는 토속냄새가 나서 그나마 미소라도 짓게 하지만 정작 심각한 것은 건물의 부실이다. 여름철이면 청사 바닥엔 양동이가 열병식하듯 늘어서는 게 연례행사다. 제아무리 첨단건물이라한들 빗물이 새는 데야 당장은 양동이로 받아내는 수밖에 더 있겠나 싶기도 하다.
호화 청사를 지어놓고 말썽을 일으킨 지자체는 한두 곳이 아니다. 그 가운데 하나에 포항시청사가 들어 있다.`불명예 전당’에 이름을 올린 꼴이다. 그러니 부실 시공 의혹이 늘 따라다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괴테의 말이 생각난다. “건물을 볼 때는 세 가지를 주의 해 봐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장소에 서 있는가? 그것이 안전하게 되었는가? 그것이 잘 관리되고 있는가?” 그는 또 이런 말도 했다. “건축가의 운명은 가장 짓궂은 것이다. 한번도 살아 보지도 못할 건물을 낳기 위해서 그는 얼마나 자주 그의 모든 영혼, 그의 모든 마음, 그의 모든 정열을 쏟아 놓는가!”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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