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자신의 대선 출마와 관련해 이러쿵 저러쿵해온 민주당을 향해 `왕짜증’을 내는 문자를 발송하자 민주당이 꼬리를 내렸다. “빨리 결심하라” “자금도 늦었다”고 보챘던 이해찬 대표가 입을 닫았고, “(안 원장에 대한) 막연한 지지와 (나를) 비교할 수 있겠느냐. 내가 질 수가 없다”고 무시한 문재인 상임고문은 “상대 입장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심지어 안철수를 위한 `가설정당’을 만들어 ”민주당이 그리로 입당하자”는 황당하고 해괴한 주장까지 나왔다. 출마할지조차 불투명한 대학교수 한명에게 엎어진 민주당이 딱하다.
문 고문은 20일 광주·전남지역 언론간담회에서 “민주당에서 나온 이런 저런 얘기들도 그분(안 원장)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어쨌든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단위 속에서 힘을 모을 방법들을 얘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크게 보면 양측 입장에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내가 안 원장에 질리 만무하다”고 기고만장했던 태도가 일순간에 저자세로 돌변했다. 또 “민주당과 안 교수를 지지하는 분들은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 관계”라고 안 원장을 향한 추파를 잊지 않았다.안 원장의 `문자’ 한 줄에 멍석깔고 사죄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안 원장에게 고개를 “팍” 숙인 것과 동시에 대표적 인터넷 좌파 매체에는 “안철수를 살살 달래야 한다”는 투의 글이 실렸다. “안철수는 최대한 살살 다뤄야 한다. 말 그대로, 불면 날아갈까, 잡으면 깨질까 그렇게 해야 한다. 계속 꽁꽁 싸매고 있다가 9월쯤 `나 안 해!’ 이래버리면 결국 박근혜가 되는 게임이다. 민주당처럼 거칠게 다루는 건, 야권 그 어떤 후보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쯤되면 안철수는 야권의 공동 장난감이다.특히 이 매체는 “최종 단계에서 그에게 응원단장이라도 맡길 요량이라면 살살 다뤄야 하는 거 아니냐”고도 했다. 정몽준을 `도우미’로 쓰고 버린 `2002년의 추억’을 잊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에서 나온 가설정당, 공동정부 모두 안철수를 일회용 반창고로 이용한다는 소리일뿐이다. 이쯤되면 안철수라는 존재는 만신창이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신뢰를 만든다”는 안 원장의 문자가 속절없이 들린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21일 `안철수 교수가 9월쯤 출마 안 하겠다고 해 버리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니 안 교수를 최대한 달래고 구슬러 출마하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데 이는 안 교수를 `불쏘시개’로 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안 원장에게 목을 매다 어느날 그야말로 `닭 쫓던 X’가 될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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