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진 청소년 소설 `괴담-두 번째 아이는 사라진다’
버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너무 식상해 이제 공포스럽지도 않은 대표적 학교괴담이다.
방미진의 청소년 소설 `괴담-두 번째 아이는 사라진다’(문학동네 펴냄)는 이러한 괴담의 또다른 변주다.
연못 위에서 형제가 사진을 찍으면 둘째가 사라진다. 연못 위에서 1등과 2등이 사진을 찍으면 2등이 사라진다. 연못 위에서 첫 번째 아이와 두 번째 사이가 사진이 찍히면 두 번째 아이가 사라진다.
조금씩 변형된 괴담이 한 고등학교 아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무렵 문제의 뒷산 연못에서 합창부 여학생 서인주가 숨진 채 발견된다.
인주의 죽음은 금세 자살로 처리되지만 아이들은 괴담과 연결해 그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거두지 않는다. 이후 소설은 저마다 괴담의 공포에 사로잡히는 아이들의 내면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인주와 함께 성악을 전공하면서 청중을 사로잡는 인주의 특별한 능력을 잘 알고있었던 연두와 지연,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이라는 삼각 연인관계를 이어가는 치한·보영·미래, 무엇이든 자신보다 나은 언니와 늘 비교 당하는 연지….
자신은 늘 최고라고 말하는 아이도, 열등감에 잔뜩 사로잡힌 아이도 모두 `두 번째 아이 컴플렉스’에서 자유롭지 못한 아이들이다. 자신이 혹시 두 번째가 아닐까하는 공포는 아이들이 괴담을 이용하게 하고, 동시에 괴담에 이용당하게 한다.
“어쩌면 이 괴담 자체가 위험할 정도로 끝이 없는 거짓말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두 번째 아이니까. 사라지는 것도 남는 것도 모두 두 번째 아이.”(238쪽)
2005년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후 미스터리 호러 동화 `금이 간 거울’, 청소년소설 `손톱이 자라날 때’ 등을 발표했던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청소년들의 일상적인불안과 경쟁심리를 공포와 미스터리 속에 효과적으로 녹여냈다.
240쪽.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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