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酒酊)은 `술 취해 정신없이 마구하는 말이나 짓’이다. 주사(酒邪)라고도 한다. 술만 마셨다하면 주정 부리는 사람은 주정꾼, 주정뱅이, 주정쟁이다. 그 주정이 게걸거리는 수준에서 끝나면 참아주기라도 하겠는데 주먹과 흉기로까지 번지면 당하는 사람은 두렵고 억울하기 짝이 없다.
`술 취한 개’라고 한다. 술에 너그러운 국민성이 만들어낸 속담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술에서 깨어나면 멀쩡하고 천연덕스럽다. “간밤에 꼭지가 돌아서 그만…” 어쩌고 하면서 염치없다는 듯 뒷머리 한 번 긁적거리는 시늉을 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 약발을 악용하는 건주정(강주정)도 한몫한다. 경북이 낳은 글쟁이 김주영의 `객주’에 그런 대목이 나온다. “ 여보시오, 나리들, 초장부터 웬 건주정들이시우. 양반 못 된 것 장에 가서 호령한다더니 천상 그 꼴이시구려.”
이광수의 `묵상록’에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술주정뱅이에게 당해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진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어서다.그 대목은 이렇다. “ 중국 사람은 술 안 먹은 이가 없어도 또 주정하는 것을 본 이가 없다. 만일 한 번 주정하면 여간 명예가 상하는 것이 아니라 한다. 주정 잘하기로는 첫째가 아라사 사람, 둘째가 일본 사람, 세째가 조선 사람.”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술에 너그러운 관행에도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닌가?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주정뱅이들의 행패는 혐오스러워진다. 이제 `술 취한 개’는 버려야 할 관용이다.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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