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과 품귀
  • 김용언
낙과 품귀
  • 김용언
  • 승인 2012.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수원집 맏며느리이기도 한 동료가 밤사이에 푸석해진 얼굴로 일터에 나왔다. 굳이 묻지 않아도 사정은 알만했다. 출하를 앞둔 과일들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에 잠을 빼앗긴  시아버지께서  비바람 속에 서성이며 가슴앓이를 한다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어서였다. 그러니 며느리인들 두 다리 뻗고 잠을 즐길 수 있는 노릇은 아니지 않은가. 10년 전쯤 이맘때의 일이다. 그때도 `가을태풍’피해가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올해 꼬리를 물고 달려든 태풍 볼라벤과 덴빔은 과일나무에 피해를 더 많이 입힌 것 같다. 포항, 문경, 상주를 비롯해 어디를 가릴 것없이 대구·경북지역 과수원들의 피해가 매우 크다. 이른 봄 냉해, 가뭄, 혹서, 폭우를 견뎌가며 잘 자라준 과일들이 추석대목을 앞두고 그예 떨어져버리고 마니 과수농을 짓는 사람들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지 않을 리가 없다.

 태풍이 물러가자 대형마트들이 낙과 판매행사를 시작했다. 문경사과를 비롯해 떨어지면서 멍든 과일들이 절반 값으로 판매대에 올랐다.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좋아 `완판’기록을 세우는 모양이다. 품귀현상까지 빚게되자 기한부 판매 기획을 바꿔 행사기한을 늘릴 것이라고 한다. 과수농도 돕고 가계지출도 줄일 수 있어 아구맞춤이 되는  같다. 게다가 불경기에 물가고까지 겹쳤으니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그의 작품 `리처드 2세’에 낙과를 올렸다. “가장 잘 익은 과일이 제일 먼저 땅에 떨어진다.” 사실이 그렇다. 반값 판매하는 낙과를 보니 실감난다. 알이 굵은 사과는 추석 때문에 비싸게 팔려 나갈것 같다는 생각이들만큼 튼실해 보였다. 어린아이 주먹만하다고 생각되는 사과도 맛이 잘 들었다. 크든 작든 이제 일주일 정도만 버텼으면 `상품’이 될 수 있을 것들인 텐데 아깝기 짝이 없어 보인다. 내년에는 이런 일이 또 없어야 되겠는데 지레 걱정이 앞선다.  김용언/ 언론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