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푹 패어 물이 괴어 있으면 웅덩이다. 그 물이 말라버리면 허방이 되려나? 어느 쪽이 됐건 자칫 발을 다치거나 옷을 버리기 딱 좋은 곳이긴 매한가지다. 그러나 그 곳에 맑은 물이 괴어있으면 이미지가 달라지는 모양이다. 김유정의 `가을’에 그런 대목이 나온다. “험한 바위에서 이따금 돌이 굴러내려 퐁하는 소리는 실로 쓸쓸하다. 이 산에서 수꿩이 푸드득 저 산에 암꿩이 푸드득, 그리고 그 사이로 소장사가 허위적허위적 간다.”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꼬리를 물고 지난 때문에 곳곳에 물웅덩이가 많이도 패었다. 구미보 가까운 낙동강 둔치의 생태공원 곳곳에 팬 물웅덩이다. 김유정의 글에 나오는 깊은 산길 맑은 웅덩이와는 거리가 멀다. 겨우 흙탕물 기운만 가라앉아있을 뿐이다. 산책길 곳곳에 패어 있어 발밑을 조심하지 않다간 얼굴 찌푸릴 일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잡풀까지 마구 뻗어나고 있어 제 세상 만난 것만 같은 광경을 보기 어렵지 않다.
공원을 찾은 한 시민은 “이게 무슨 생태공원이냐”고 볼멘소리를 했다고 한다. 잡풀로 가득찬 공원을 생태공원이라고 우기려면 이만저만한 강심장이 아니고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전망대에 오른 다른 시민은 “완공 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 지경이냐”고 탄식했다고 한다. 4대강 일대 시설은 `한 지붕 두 가족’이 관리한다. 국토관리청과 지자체가 서로 잘못을 떠넘기기 딱 좋은 짜임새다. 설령 그렇다한들 공사라도 제대로 했던들 벌써 `요 모양 요 꼴’이 돼버렸겠는가? `대충 대충 눈가림’이 고질이다.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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