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최초 칸 국제영화제 개막 장식
애니메이션 `업(UP)’은 이래저래 의미 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의 개막을 장식했다.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인 칸 역사상 처음이었다. 또 1995년 내놓은 `토이 스토리’를 시작으로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새로 써온 픽사의 1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업’은 탐험 이야기다. 그런데 탐험과는 도통 어울리지 않는 78살 노인과 8살 꼬마가 주인공이다.
어렸을 적 탐험가를 꿈꿨으나 그 꿈은 이루지 못하고 풍선 장수로 일했던 칼 프레드릭슨은 아내 엘리가 죽은 뒤 고집불통 노인으로 혼자 남았다.
78살의 나이에 칼은 아내와 함께 꿈꿨던 남아메리카의 파라다이스 폭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단행한다. 수 천 개의 알록달록한 풍선에 아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집을 통째로 매달고서.
3등신의 몸을 갖고 있다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여행은 말 그대로 좌충우돌이다.
상상치도 못한 모험에서 돌아온 뒤 두 사람 사이에서 피어나는 변화는 어쩌면 당연한 것. 러셀은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했던 칼이 스스로 한 발짝 세상에 다가서도록 만들었고, 칼은 러셀이 갖지 못한 따뜻한 사랑으로 돌려준다.
조금은 뻔한 교훈을 식상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캐릭터의 힘이다. 사각형 얼굴에 꼬장꼬장한 성격까지, 겉으로는 도통 호감을 가질 수 없는 이 할아버지는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을 것 같은 꿈을 올려다보게 한다.
계란형 3등신 러셀은 대책 없이 철없는 꼬마지만 미워할 수가 없다. 모두가 어려워하는 칼에게 다가가 닫혔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고 결국 웃게 한다.
통역 목걸이를 차고 말하는 개 더그와 날지 못하는 희귀 새 케빈과 함께 남미에서 벌어지는 시끌벅적한 소동도 즐겁지만, 칼이 어릴 적 친구이자 아내가 된 엘리와 보낸 행복했던 시간이 무성영화인 듯 잔잔하게 흘러가는 화면들도 인상적이다.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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