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 “대선 완주한다”고 선언해야
“`선의의 정책 경쟁’ 위해
安, 후보 단일화 문제
확실한 교통정리 필요”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지난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선의의 정책 경쟁”을 위한 3자 회동을 제안했다. 그는 “선의의 경쟁을 약속하고 선거 후에도 승리한 사람은 다른 후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패배한 사람은 깨끗이 승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협력을 약속하자”고 장황하게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내일이라도 만날 테니 답을 기다리겠다”고 박· 문 두 후보를 압박했다.
안 후보의 3자 회동 제안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박 후보는 20일 “안 후보 제안은 깨끗한 선거를 치르자는 이야기”라며 “기회가 되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문 후보 측 반응은 애매하다. “하자” ”말자“는 말이 없다. 안 후보 제안이 거북하다는 분위기까지 보인다. 물론 새누리당 박 후보의 `적극 수용’도 레토릭에 가깝다.
반면 안 후보 측은 적극적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소극적으로 나오자 21일에는 “추석 전에 만나 추석 선물을 드렸으면한다”고 압박했다. 이어 안 후보 진영의 조광희 비서실장은 26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최경환 비서실장과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3자 회동’ 실무접촉을 가졌다. 결과는 합의 실패다.
추석 이후 3자 회동 가능성도 희박하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뒤늦게 뛰어든 안 후보 제안에 동참할 경우 안 후보 페이스에 끌려가는 모양이 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이 “3자 회동을 가지려면 예선을 거치고 결승에 진출한 다음 말하는 게 도리”라고 일갈했다. 안 후보가 `후보 단일화’ 대상으로 중도 포기 가능성이 있는 데 왜 만나느냐는 것이다. 후보 단일화라는 `교통정리’부터 하고 오라는 얘기다.
문 후보 측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만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다른 관계자는 “안 후보가 만나서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딱 떠오르는 게 없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치열한 지지율 경쟁을 벌이는 문 후보 입장에서 안 후보를 `동렬’에 세우고 싶어하지 않는 눈치다.
물론 안 후보는 25일 `대선 완주’를 암시하긴 했다.지난 19일 “이미 다리를 건넜고,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고 한 것이다. 유민영 대변인은 “국민을 보고 끝까지 간다는 의미”라고 했다. 정연순 대변인도 “단일화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안 후보가 주장한 3자 회동이 성사되려면 최소한의 조건이 있다. 그건 “후보단일화 없이 무조건 12월 19일 투표일까지 완주한다”는 선언이다. 후보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후보단일화로 중도 포기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와 “선의의 경쟁을 약속하고 승리한 사람은 다른 후보들에 귀를 기울이며, 패배한 사람은 깨끗이 승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협력을 약속하자”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3자 회동을 가졌다가 안 후보가 대선 후보 등록 직전 민주당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하면 그건 정치적 `위계’에 해당될 수도 있다. 대선에 완주할 것도 아니면서 야권 단일후보 승리를 위해 3자 회동을 이용하는 게 되기 때문이다. 안 후보가 3자 회동을 주장하려면 “무슨 일이 있어도 12월 19일 투표일까지 선거를 완주한다”고 국민 앞에 선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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