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표본 1만8000점의 드라마틱한 사연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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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표본 1만8000점의 드라마틱한 사연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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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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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박물관의 나비 트렁크’

형형색색 나비표본 그림과 슐체의 극적인 삶 함께 담아

 

 독일 학자 아르놀트 슐체(1875-1948)는 나비에 미친 연구자였다. 본대학에서 지리학과 자연과학을 공부한 슐체는 1910년대 초반 아프리카 탐험을 거쳐 1920-30년대에는 중남미 지역을 누비며 나비를 채집했다.
 1939년 슐체는 수십 년간 채집한 결과물을 안고 콜롬비아에서 독일로 떠났지만, 전쟁이 터지면서 배가 침몰하고 말았다. 귀한 연구 성과는 바닷속으로 가라앉았고 살아남은 슐체는 마데이라라는 곳에 억류됐다가 생을 마감한다.
 그런 와중에 콜롬비아의 친구가 따로 부친 나비 트렁크는 참사를 피했다. 이 트렁크는 2006년 베를린 자연사박물관에서 동물 일러스트레이터인 한나 체카우와 작가겸 배우인 한스 치슐러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다.
 `트렁크 41번/건조 물질’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트렁크에는 무려 1만8000여 점의 나비 표본이 담겼다. 베일에 가렸던 중남미 나비가 뒤늦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이었다.
 체카우와 치슐러는 박물관 직원의 도움을 얻어 종이봉투 안에 날개가 접힌 채 보관된 아름다운 나비를 복원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체카우는 일러스트로 나비의 아름다운 색상을 생생하게 되살렸다.

 최근 국내에 번역 발간된 `박물관의 나비 트렁크’는 슐체의 극적인 삶과 형형색색의 나비 표본 그림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물론 체카우와 치슐러다.
 책은 1950년 `식물분류학 연감’에 실린 추도사와 슐체가 학술지에 발표한 글, 일기 등을 토대로 생동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1, 2장에서는 슐체의 일기를 통해 나비 채집의 행복과 어려움, 원시 자연과 접한 인간의 내면 등을 살펴볼 수 있다.
 4장 `시에라네바다 데 산타마르타의 화재’에서는 화전으로 북콜롬비아 전역이 황폐해지는 모습 등을 고발하는 슐체의 글을 만날 수 있다.
 하이라이트는 3장 `나비 트렁크’다. 나비 표본이 담긴 담뱃갑부터 다양한 나비의 모습을 세밀한 그림으로 소개한다. 나비의 화려한 날개 무늬와 산뜻한 색감이 시선을 자극한다.
 프로네시스. 유영미 옮김. 336쪽. 2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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