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새판짜기 작업 가속화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19일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함에 따라 민주당 등 야권이 그야말로 `시계제로’의 카오스 상황을 맞았다.
문 후보를 정점으로 한 친노(친노무현) 주류 책임론이 거세게 제기되면서 민주당내 세력판도에 대변화가 예고되는 것은 물론 범야권 전체에 정계개편의 `빅뱅’이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 당일인 이날 미국으로 출국한 안철수 전 후보가 구심점을 잃은 야권 지각변동의 `상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 실패로 존폐의 기로에 처하게 되는 등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게 됐다. 당장 친노와 각을 세워온 비주류를 중심으로 문 후보를 위시한 친노 주류세력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당 전체가 극심한 내홍에 휩싸이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 때문에 지난 1·15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전 대표, 6·9 전대에서 이해찬 전 대표 등 두차례 당 대표에 이어 9월16일 문 후보를 대선 후보로 연이어 배출하며 당을 장악해온 친노 그룹은 당분간 급격한 세 위축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다.
비주류 그룹은 4·11 총선 패배 책임론부터 안 전 후보와의 단일화를 매끄럽게 마무리하지 못한 문 후보의 리더십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책임론을 들어가며 친노를 몰아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문 후보가 지난달 18일 이 전 대표의 사퇴 이후 겸해온 당 대표 권한 대행직을 내놓을 경우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서 민주당내 권력투쟁도 조기에 촉발될 전망이다.
당장 내달 중순께로 예상되는 차기 전대가 `포스트 대선정국’의 격랑 속에서 휘청이는 민주당내 새로운 권력지도를 가늠하는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번 패배는 나름의 변화와 쇄신의 노력에도 불구, 기존의 민주당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는데 역부족임을 여실히 드러낸 결과여서 민주당의 틀을 뛰어넘는 야권의 새판짜기 작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야권발 정계개편은 문 후보가 대선 승리를 전제로 제시했던 범야권신당인 `국민정당’을 그 모델로 해 촉발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과 선거기간 범야권 공조기구였던 시민사회 인사 중심의 `국민연대’, 그리고 일부 중도보수진영이 `헤쳐모여’식으로 연합신당 창당을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야권 지각변동의 `핵’으로 떠오른 안 전 후보의 정치적 진로가 새판짜기의 경로와 최종 귀착지를 결정할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민주당이 리더십 공백상태를 맞으면서 야권의 무게중심이 그에게로 급속도로 쏠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가 새정치를 전면에 내걸고 혼돈에 빠진 야권을 추스르고 재건할 `구원투수’를 자임, 범야권신당에 합류한다면 야권 전체를 아우를 중심축으로 부상하며 야권의재편 작업도 질서있게 속도를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범야권신당 흐름과는 별개로 독자노선을 택할 경우 상황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안 전 후보로의 원심력이 강화되면서 범야권신당 창당 작업에도 제동이 걸릴 공산이 있어 보이며, 안 전 후보에게 우호적이었던 민주당내 비주류 그룹을 중심으로 집단이탈이 현실화될 개연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민주당내 비주류의 대표주자격으로, 안 전 후보의 사퇴 이후 단독 회동을 가졌던 손학규 상임고문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관심을 모은다. 일각에선 친노 그룹과 대척점에 서 있던 안 전 후보와 손 고문측이 연대를 본격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시선도 있다.
어찌됐든 민주당의 대선 패배는 한두달간의 일정으로 미국 방문길에 오른 안 전후보의 귀국과 재등판을 재촉할 수 있어 방향타를 잃은 야권의 이목이 벌써부터 그의 선택에 집중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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