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대통령 선거일 아침 새누리당 당사 5층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 사무실을 열어 본 사무처 직원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안 위원장의 짐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무실에는 종이 한 장 남아있지 않았다. 안 위원장은 선거 하루 전인 18일 스스로 짐을 꾸려 당사를 떠났다.
정치쇄신특위위원장을 맡았던 안 위원장은 “내 임무가 끝났으니 떠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100만표 이상 압승을 거둔 박 후보가 당사에 나타난 19일 밤 주변에는 당직자 국회의원 등 선거공로자들이 몰려와 박 당선인과 인사하기에 바빴지만 정작 대선 일등공신인 안 위원장은 그 자리에 없었다. 안 위원장은 선대위 합류 때부터 “박근혜 정부 5년간 대통령이 임명하는 어떤 자리도 맡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 안 위원장이 “내 임무가 끝났다”고 짐을 꾸린 뒤 새누리당에는 안 위원장의 뒤를 잇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21일 자신의 사무실 문 앞에 “이제 제 역할이 끝났다”는 편지 한 장을 붙여놓고 떠났다.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도 안 위원장과 같은 날 사무실에서 짐을 뺐다. 뿐만 아니라 박 당선인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해온 이학재 비서실장도 새 정부에서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박 당선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힘을 보탰고 그 뜻을 이룬 만큼 국회의원 제자리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박 당선인 측근들의 이같은 `헌신’이 대선 승리를 쟁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박 당선인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실패는 반면교사다. 500만 표 이상, 유례없는 승리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취임 1년도 안돼 촛불이라는 강력한 저항에 직면한 것은 `고소영’으로 상징되는 `끼리끼리-보은인사’ 때문이다.
안대희 위원장의 처신은 `청신(淸臣)-현신(賢臣)’이 어떠해야 하는 가를 온몸으로 보여준 사례다. 안 위원장의 뒤를 이어 보따리를 싸고 백의종군을 선언하는 참모들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박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박 당선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박 당선인의 주변을 어지럽히는 측근들은 안대희 위원장의 뒤를 미련없이 따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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