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경제 성장은 없다’ 성장시대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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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경제 성장은 없다’ 성장시대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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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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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

“영구성장 토대로 구축된 현 금융시스템은 필연적으로 붕괴”
 성장 지상주의 비판…삶의 질 개선에 집중하라 지적

 

 경제가 당분간 침체기를 겪으리라는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경제 성장 비관론의 결정판이라고 할만한 책이 나왔다.
 화석 연료 고갈 등 경제 위기를 경고해 온 리처드 하인버그 탈산소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최근 국내 번역된 신간 `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원제: The End of Growth)에서 우리가 알던 형태의 경제 성장은 “결딴났다”고 단언한다.
 자원이 유한하기 때문에 성장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영구 성장에 대한 기대를 토대로 구축된 지금의 금융시스템은 필연적으로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현재의 경제이론들은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예외적 시기에 확립됐기 때문에 성장이 종말을 맞이하는 지금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경제 성장 종말론 징후의 단적인 예로 2010년 석유 회사 브리티시퍼트롤리엄(BP)이 연루된 미국 멕시코만 딥워터호라이즌사 원유 유출 사고를 든다. BP는 당시 멕시코만 석유 시추 시행사였고, 딥워터호라이즌은 시공사였다.
 멕시코만 시추 시도 자체는 석유를 얻으려면 더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석유 가격은 당연히 갈수록 비싸지게 된다
 딥워터호라이즌 사고는 또 재앙에 가까울 정도로 엄청난 환경 비용을 유발했다.

 이어 보험회사는 심해 시추에 대한 보험료를 인상했고 지역 경제도 타격을 받았다. BP의 주가가 폭락하고 BP에 투자한 영국 연금기금까지 심각한 타격을 입는 등 경제 전반에 연쇄적으로 악영향이 미쳤다.
 저자는 예에서 알 수 있듯 ▲화석 연료와 광물을 비롯한 주요 자원의 고갈 ▲자원 채굴과 이용으로 인한 환경 파괴 ▲막대한 정부·민간 부채로 인한 금융 붕괴 등 세 요인이 어우러져 증폭되리라고 예측한다.
 “성장의 종말은 엄청난 사건이다. 이것은 한 시대의 종말이다. 경제와 정치와 일상생활을 꾸려가는 현재의 방식이 종말을 고하는 것이다. (중략) 화석연료에 기반한 경제 팽창의 시대가 끝난 것이 사실이라면 신기루 같은 성장을 계속 추구하는 정책 입안자들의 노력은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헛된 안간힘에 지나지 않는다.”(20쪽)
 저자는 경제 성장이 멈추면 군부에 의존이 심해지기 때문에 경제적·사회적 자유는 사라지고 세대 간 갈등이 커지며 부의 불평등은 심화하리라고 예측한다. 여성은 다시 착취당하고 팔다리의 힘으로 일하는 시대가 오리라고 전망한다.
 다만 경제 성장이 끝난다고 해서 삶의 질까지 종말을 맞는다고 결론짓지는 않는다. `더 많이’가 아니라 `더 낫게’를 추구하며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경제활동에 집중하면 변화에 적응해 나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석유 에너지 고갈 문제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저자는 2002년부터 전 세계를 돌며 이를 주제로 강연했으며 최근에는 경제 위기, 식량, 농업문제, 기후변화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번 책은 경제 위기의 부정적인 부분을 지나치게 부각시킨 면이 있다. 하지만 `성장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삶의 질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상당한 공감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
 노승영 옮김. 부키. 448쪽.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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