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비사’ 은과 엮인 역사속 경제사건 흥미롭게 전해
하지만 전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뛰어난 투자상품으로 사랑받아왔다. 수요와 공급에 변동성이 큰 탓에 싸게 사서 큰 수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대 최고의 투자 귀재로 꼽히는 워런 버핏은 일찌감치 은의 속성을 간파했다. 1999년 은을 대량으로 사들여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최근에는 로저스홀딩스 회장인 짐 로저스가 “결국 화폐전쟁의 승자는 실물이며, 금과 은 중에서 택하라면 은을 사겠다”고 말했고, 베스트셀러 `화폐전쟁’으로 유명한 쑹훙빙은 “왜곡되고 높은 레버리지가 작용하면서도 규모가 적은 은 시장은 세계 금융시장 시스템을 치명적으로 강타할 힘을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최근 국내 번역된 `백은비사’(白銀秘史, 원제: Secret of Silver)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은의 역사를 살펴본 책이다. 중국 경제경영서 전문작가인 융이가 썼다.
책은 `은의 제국’이라 불린 중국의 명대 은 사용 금지령 이야기로 시작한다. 은을 재물축적 수단으로 삼은 중국인의 모습을 통해 은과 정치경제의 관계를 살펴봤다.
중국은 엄청난 은을 벌어들이지만 손에 넣는 족족 땅에 묻고 내놓지 않은 탓에 아편전쟁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20세기 초에는 미국의 은 수매법안과 관련한 거품 경제 때문에 다시 산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
책은 또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 은위원회와 손잡고 뉴딜정책을 시행한 과정, 장제스 정부가 은을 팔아 전쟁 무기를 사들인 일화 등 은과 깊게 엮인 역사 속 경제사건들을 흥미롭게 전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동화책 `오즈의 마법사’에 대한 해석 부분이다. 미국이 다시 은본위제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작가 프랭크 바움의 소망이 담겼다는 것이다. 연합
“이야기에 등장하는 `오즈(oz)’라는 신비의 나라는 바로 금은의 중량 단위인 온스의 약칭이다. (중략) 동쪽마녀는 당시 미국 대통령 그로버 클리블랜드를 상징했다. 그는 1893년에 은본위제 폐지를 거듭 천명하고 금본위제를 밀어붙였다. (중략) 도끼를 든 양철나무꾼은 노동자 계층을 대표한다. 그는 원래 심장과 감정이 있었지만 동쪽마녀의 저주로 심장을 잃고 말았다.”(236~237쪽)연합
류방승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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