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위한 경제학’
19세기 중반 `평균 영국인’은 농장일꾼이었다. 이들의 생활수준은 로마시대 노예보다 나을 게 없었다.
어두운 방 한 칸이 가진 전부였고, 혹독하게 일해도 처지는 나아지지 않았다. 평생 기아에 시달렸고 신분 변화도 없었다.
무역과 산업혁명이 영국 국부를 크게 늘렸지만 농장일꾼에게는 달라진 게 없는 세상이었다.
하지만 19세기 후반부터 세상은 바뀌었다. 견고하게 굳어진 채 이어진 비참한 생활 조건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비관과 체념에 젖은 하층민이 `새로운 도구로 운명을 바꿔나갈 수 있다’는 의식을 갖게 됐다.
급변한 이런 상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학문 분야가 경제학이다.
저자는 신간 `사람을 위한 경제학’(원제: Grand Pursuit)에서 `인간이 자신의 경제적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이 아이디어가 진화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책은 인물 중심으로 19세기 경제사상부터 훑는다. 엥겔스와 마르크스, 앨프리드마셜 등 전설적인 경제학자부터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이겨내는 데 기여한 슘페터, 하이에크, 케인스 등의 삶을 조명한다.
20세기 후반에는 뉴딜 정책 지지자로 실업률을 떨어뜨리는 일을 담당한 밀턴 프리드먼, 경제 예측은 틀렸지만 경제학 교과서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폴 새뮤얼슨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경제사상의 역사를 다뤘지만 `경제학이 사람들의 삶을 바꿀 도구’라는 주제로 여러 인물의 삶을 뀄기 때문에 앞뒤 스토리 흐름에 일관성이 뚜렷하다. 저자는 “내가 선택한 인물들은 경제학을 주인되는 도구로 바꾸는 데 기여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인물들의 독특한 개성 관련 일화가 흥미롭다. 승마바지를 입고 강의실로 들어간 슘페터, 늘 마감을 어겨 `수호천사’ 엥겔스를 초조하게 한 마르크스, 결핵에서 살아남아 건강 전도사가 되면서 낙관적인 세계관까지 갖게 된 어빙 피셔 등의 일화도 풍부하게 소개된다. 연합
반비. 816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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