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모험에서 비즈니스 산업으로…관광정책의 빛과 그림자
  • 연합뉴스
낭만적 모험에서 비즈니스 산업으로…관광정책의 빛과 그림자
  • 연합뉴스
  • 승인 2013.0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행을 팝니다
유영훈 옮김, 명랑한지성, 528쪽, 2만5000원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관광 산업의 성장은 눈부시다. 1960년에 외국을 방문한 여행객 수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2500만 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0억 명으로 폭증했다. 또 세계인구 열 명 가운데 한 명꼴로 관광산업에 고용된 것으로 추산된다. 영업현장에서 매일 벌어들이는 금액만 무려 3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정부를 포함해 세계 각국은 앞다퉈 관광을 정책 우선순위에 올려놓고 있다.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인 엘리자베스 베커는 이 시점에서 “관광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적 책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가 올해 낸 책으로 최근 국내 번역된 `여행을 팝니다’(원제: Overbooked-The Exploding Business of Travel and Tourism)는 관광을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산업과정책의 잣대로 조망한 흔치 않은 도서다.
 베커는 대규모 관광이 문화유산으로 가득한 나라를 어떻게 잠식하는지, 정부가 장악한 관광 정책의 한계는 무엇인지 등을 지적한다.
 물론 저자도 관광을 `현대 세계의 가장 좋은 재분배 수단’이라고 생각할 정도로관광의 미래를 밝게 본다. 하지만 관광과 여행이 가진 긍정적인 속성의 이면도 동시에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막연한 이론 대신 실제 사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지루하게 나열하지 않고 대표적인 케이스를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예에서는 부유한 호텔 체인과 상점이 들어서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지역민이 터전을 떠나야 하는 현실을 들춘다. 남성 관광객의 21.7%가 섹스 관광을 원한다는 캄보디아의 참담한 상황도 꼼꼼하게 살펴본다. 유람선 관광은 모험과 우연이라는 여행의 미덕이 없을 뿐더러 해양에 엄청난 오염 물질을 뿌려댄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21세기 첨단 생활양식과 중세적 노동 환경이 횡횡하는 두바이로도 시선을 돌린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저자는 프랑스 보르도시에서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발견한다.
 와인 생산지로 엄청난 영광을 누리다가 처참하게 쇠락한 보르도는 알랭 쥐페가 시장으로 취임하면서 큰 변화를 맞았다. 규정과 원칙에 맞춰 도시를 변신시켰고 지금은 한 해 14억 달러의 관광 수익을 올리는 `황금의 땅’이 됐다.
 보르도는 자국이 가진 문화의 특색과 개성을 지우지 않았고, 자국민의 삶을 최우선 가치에 놓는 관광 정책을 펼친 것이다.
 저자는 “프랑스는 거대자본이 밀고 들어와 지역 상권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보호 정책을 실시했고, 자국 문화를 아름답지만 왜곡되지 않게 치장하는 진중함과 단호함을 갖고 있었다”며 “이런 문화적 자긍심이 다른 모든 나라의 선망을 받는 관광 대국으로 가는 열쇠”라고 분석했다.
 또 대규모 관광의 폐해를 줄이고자 노력하는 `생태관광’의 대명사 코스타리카, 야생동물공원을 유지하고 보호하려는 잠비아의 노력 등을 전한다.
 그는 “이들 나라는 관광은 곧 수익이라는 낡고 단기적인 공식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펼치고 관광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있다”며 “지역의 진짜 모습을 존중하고 유지하려는 관광 철학을 갖지 않는다면 관광은 더 지속 가능하지도 미래지향적인 산업도 아니다”라고 주장한다.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