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지난 연말에 겪은 일이다.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골라서 찾아갔다. 세운지 오래 되지도 않은데다 병원 규모도 큰 편이어서 기대감도 있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일이 꼬였다. 접수하려고 주민등록증을 내밀자 이상한 질문이 되돌아왔다. “저어~. 주소가 어느 것이 맞나요?” 주민증 앞쪽엔 지번 주소가, 뒷면엔 도로명 주소가 적혀있는 까닭에 빚어진 일이었다. 담당 아가씨는 도로명 주소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게 뭐냐”고 묻기까지 했다.
도로명 주소는 큰 개혁이다. 100년 묵은 관습을 바꾸는 일이 그렇게 쉽게 순항하리라고 믿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첫걸음부터 시행착오는 빚어졌다. 골목마다 이름을 붙인 주소를 배부하더니 슬그머니 사라지고 새 주소가 나왔다. 골목마다 이름을 붙이려들면 국어사전이 수십 권짜리라 한들 모자라지 않겠나 싶던 참이었다. 그렇게 낭비된 혈세가 얼마였는지 새삼 궁금해 진다.
그동안 준비를 잘해온 우정청은 잘 굴러간다는 소식이다. 일선 집배원들도 크게 당황하는 것 같지도 않다. 지번 주소가 찍힌 우편물이 빠짐없이 잘 들어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설을 앞두고 소포 접수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보다 16% 늘어났다는 경북지방우정청의 분석이다. 여기에 타지역 접수물량까지 합하면 소통물량은 295만개에 이르리라고 한다. 그러나 바쁘기는 해도 혼란은 없다는 표정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재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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