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부럽지 않은 鐵女들, 포스코서 날개 달다
  • 이진수기자
男부럽지 않은 鐵女들, 포스코서 날개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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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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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기업 최고 `여성들 꿈의 직장’손꼽혀... 일과 가정 양립 실현

▲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기업이다. 남성들 세계에 수년전부터 여성의 진출이 늘고 있다. `여성행복일터’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위에서부터 현장주부사원 강현주(포항제철소 냉연부 도금공장)씨, 최해숙(화학시험과)씨. /사진=포스코 제공
[경북도민일보 = 이진수기자] 포스코 포항제철소 화학시험과에 근무하는 최해숙(47·여)씨. 지난 13일 화학실험실에서 그를 만났다. 각종 실험기구가 즐비한 가운데 최씨의 흰 연구복이 선명했다. 그는 이곳에서 철광석, 무연탄, 석회석 등 철강 원료의 성분을 분석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2008년 1월 포스코 현장주부사원(생산직) 1기생으로 입사했다. 최씨는 “엊그제 입사한 것 같은데 벌써 6년이 흘렸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수질분석을 담당하다 원료분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철강 원료의 성분은 중요하다. 좋은 성분이 많이 함유된 원료는 좋은 철을 만든다. 또 성분 분석은 공급사와의 원료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포항제철소는 연간 2000여만t의 원료를 호주, 캐나다, 브라질 등 해외에서 수입한다. 성분 분석에 앞서 시료를 만드는 표준작업을 거친다. 최씨의 업무는 이 과정을 거친 0.4g의 샘플로 철광석 등 원료의 성분을 분석한다. 철광석에 철 성분이 몇 % 함유됐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철 성분 함유량이 많으면 고품, 적으면 저품이다. 원료량이 워낙 많아 전체 가격차는 엄청나다.

 #포스코 현장주부사원은 `지식 근로자’
 최씨는 “원료 분석은 정밀도를 요구합니다. 분석 결과가 잘못되면 회사 이미지는 물론 큰 손실을 입기 때문입니다.”
 원료 분석은 공급사에서 1차적으로 한다. 이후 포스코에서 자체 분석을 통해 대조한다.
 양사의 결과가 다르면 제3 기관에서 성분을 분석해 최종 결정을 낸다. 지금까지 양사의 분석 결과에 문제가 될만한 사례는 없었다.
 최씨는 자신과 같은 포스코 현장주부사원들을 `지식 근로자’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일반 기업과 다르다. 영어, 일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외국어와 각종 자격증 취득 등 지속적인 배움으로 자기계발에 힘쓰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자아 및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많은 공부로`지식을 갖춘 일꾼’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씨는 입사후 IT 1급 자격증, 기계정비산업기사 등을 획득했다. 최근에는 화학분석기능사에 도전해 1차(필기) 합격후 2차(실기)를 준비하고 있다. 틈틈이 어학 공부에도 힘쓴다.
 가정에서 아내·엄마 역할에 회사 업무로 많이 힘들텐데, 배움의 의지가 대단했다.
 박헌 화학시험과장은 “여성이라 그런지 업무가 섬세하다. 무엇보다 자기계발에 힘쓰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최씨는 괜찮은 급여, 각종 복리 혜택, 자기계발 등으로 회사생활이 즐겁다며 밝게 웃었다. 그에게 목표를 묻자 `화학분석 전문가’라고 말했다.
 현장주부사원 맏언니인 최씨는 후배들이나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꾸준히 자기계발을 하라”고 강조했다.
 포항제철소 냉연부 도금공장을 찾았다.
 굶직한 여섯명의 남성들과 일하는 강현주(41·여)씨. 홍일점이다.
 지난해 10월 현장주부사원으로 포스코에 입사한 새내기다. `더 나이들기 전에 뭘 한번 해보자’는 각오로 포스코 문을 두드렸다.
 #주부사원 아닌 `강현주’로 인정받고 싶다
 서류전형에 이어 적성 및 신체검사, 면접 등 여러 단계를 거쳤다. 14명(포항제철소 8명·광양제철소 6명)이 합격했다. 180대 1의 경쟁률이었으니 철강만큼이나 두터운 취업문을 뚫은 것이다.
 강씨는 “경쟁률이 워낙 높아 자신이 없었는데, 합격 통보를 받고 너무 놀랐다.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딸 아이가 “엄마가 자랑스러워” 할때는 눈물이 핑 돌았다.
 그는 쇳물에서 나온 철강이 열연, 냉간압연을 거친 후 만들어진 전기도금 제품의 표면, 형상, 도금량 등의 이상 유무를 검사한다. 전기도금 제품은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 소재로 사용된다.
 검사의 정확성은 제품의 완성도와 연결된다. 한순간의 실수나 소홀함이 있을 수 없다.
 그는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선배들에게 하나씩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동 주임은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의지가 좋다. 열심히 하면 능력있는 직원이 될 것이다”고 칭찬했다.
 강씨는 “어설픈 것이 아닌, 제대로 배우고 싶다. 그래서 주부사원이 아닌 `강현주’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전기도금 제품에 그의 눈동자가 꽂혔다.
 포스코는 철강을 생산한다. 1500도의 시뻘건 쇳물에서 나온 철강은 육중하다. 남성들의 세계다.
 그런 가운데 여성들의 진출이 늘고 있다.
 2008년부터 여직원은 매년 10% 이상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회사는 이들을 위한 인프라를 조성했다. △경력단절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 △출산 및 보육에 대한 배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갖기 △성장비전 및 역량 증진 지원 프로그램 등이다.
 그래서 포스코는 `여성행복일터’로 불린다.
 여느 기업들이 할수 있는 일이 아니다.
 포스코는 2007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현장주부사원을 채용했다. 출산, 육아, 가사 등의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기혼여성들을 철을 생산하는 일터로 불러 들인 것이다.

 2~3년마다 15명 정도의 여성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최씨와 강씨같은 경우다. 평균 150대 1이다. 기혼 여성들에게 `로또 당첨’이라 불릴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
 여성이 입사해 결혼으로 아이 엄마가 되면 육아 부담으로 직장생활이 녹녹치 않다. 오죽하면 출산을 꺼릴 정도다.
 우리나라 기혼여성들이 겪는 공통된 문제다. 정부에서 조차 이럴다할 대책이 없다.
 포스코는 출산 및 육아 부담 줄이기에 나섰다.
 여직원은 출산 전후 휴가 90일 외에 육아휴직을 법정 보장기간(1년)에서, 1년을 더해 최대 2년까지 사용할수 있도록 했다.
 또 육아휴직 사용으로 인해 승진 및 고과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올해로 입사 5년차인 포스코센터 재무실에 근무하는 한 여사원은 입사 2년차에 임신을 해 출산휴가 3개월 및 육아 휴직 1년을 사용한 후 지난해 6월 복직했다.
 조만간 대리 승진을 앞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업무 공백이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 사용으로 인해 승진이나 고과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집에 아이맡긴 워킹맘 걱정없이 업무 몰입
 포스코는 어린아이가 있는 직원들을 위해 2006년부터 포항, 광양, 서울에 사업장별로 직장보육시설인 어린이집을 설치했다. 여기에 사내 수유실 기능을 갖춘 공간까지 마련해 임산부의 육아에 대한 부덤을 덜도록 배려했다.
 어린이집은 부모의 근무시간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좋은 먹거리에 아이들 특별활동비가 별도로 부가되지 않는다.
 또 보육교사 1명이 돌보는 어린이는 5명에 불과해 이들의 신체 및 정서 등 각종 민감한 변화를 재빨리 발견해 대처할 수 있다.
 김유미(29·여·포항제철소 인사노무그룹)씨. 한살배기 아이를 포스코 어린이집(포항시 효자동)에 맡기고 출근한다. 그는 “우리사회는 일과 가정, 특히 워킹맘으로서 두가지를 병행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고 말했다. 특히 “이곳 저곳의 어린이집에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데… 아이를 맡긴 부모들의 마음은 무겁고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씨 자신은 “포스코 어린이집이라는 좋은 환경에 아이를 맡길 수 있어 안심이다”고 말했다.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에 근무하는 주혜원(29·여)씨. 그의 아이도 어린이집이 돌본다.
 주씨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무엇보다 신뢰가 간다. 덕분에 직장에서 마음 편히 업무에 몰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인력 채용이나 출산·보육의 배려만 아니다. 여직원들의 역량 증진과 조직내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각종 멘토링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011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여직원 `멘토링 데이’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사내 여직원 멘토의 강의와 질의응답 토크 형식으로 진행돼 △일과 가정의 양립 △여직원 캐리어 개발 △리더쉽 코칭 등을 다루고 있다.
 #여성위한 인프라 조성은 사회발전
 지난해부터는 출산 및 양육으로 인해 경력 공백을 겪는 과장급 여직원들에게 성장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리더쉽 특강과 역량 진단, 성장플랜 워크숍으로 구성된 `W-Leadership’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 `우먼스 리더쉽(Women’s Leadership)’이라는 사내학습동아리 운영을 통해 여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네트워킹을 함으로써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각종 고충도 해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에서 여성 임원 5명을 발탁했다. 여성 인재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포스코는 여직원 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챙긴다.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워킹맘들과 가족들을 위해 2012년부터 매월 주말 포스코센터내 직원들의 창의 증진 공간인 `포레카’를 개방했다.
 이곳에 외부강사를 초빙해 미술 창작, 클래식 음악 해설과 감상, 예술심리치료 등의 주말 가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직원들은 가족의 질병, 사고, 고령화 등으로 휴직이 불가피할 경우 부모, 배우자, 자녀 및 배우자의 부모에 한해 최대 90일까지 `가족돌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포스코는 2011년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았다. 이듬해는 가족친화경영대상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했었다.
 정부에서도 인정한 것이다.
 박영수 포스코 홍보팀장은 “경력단절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 성장 프로그램, 어린이집 운영 등은 여성을 위한 인프라 조성이다”며 “이는 개별 기업만이 아닌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철강이라는 남성에 우리사회의 반쪽인 여성들의 입지를 넓혀 21세기 경제창출의 산업역군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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