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이 자리를 잡으면 꽃이 피고 꽃가루받이[受粉]가 이뤄져야 제대로 된 순서다.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 끝에 붙어야 씨가 생기는 것이니 만물의 생성원리는 매한가지다. 꽃가루받이에도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꽃가루가 저절로 떨어져 암술에 붙기도 하지만 대개는 바람이나 곤충의 신세를 지게 마련이다. 소나무, 은행나무, 벼,보리, 옥수수 같은 것들이 바람의 도움을 받는 풍매화다. 아름다운 색깔이나 향기와 꿀로 곤충을 유혹하는 것은 충매화다.
상주에 `꽃가루 은행’이 올해도 문을 열었다. 다음달까지 과수 농가를 돕기 위해서다. 전국에서 꼽아주는 배 주산단지인 상주배는 70% 정도가 꽃가루가 없는 신고배라고 한다. 꽃가루 묻히기[人工受粉]가 절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사과나 복숭아도 꽃가루 은행의 관심 품목이다. 지난해 꽃가루 은행의 도움을 받은 과수 농가는 981가구나 된다. 수정률 90%에 수량증가 130% 이상이었다고 한다. 가뜩이나 열악한 농업 환경에 비춰보면 `천사표’라 할만하다.
꽃가루 은행 뿐만 아니다. 영주에선 `젖소 초유(初乳)은행’도 문을 열었다. 글자 그대로 젖소의 초유를 모아 냉장, 냉동 보관했다가 새끼 한우에게 먹이를 공급하는 통로 노릇을 한다. 송아지 질병 예방에 효과가 뛰어나다는 초유이지만 한우는 분비량이 적어 탈이다.
농사건, 축산이건 이젠 과학의 힘을 빌어야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시대다. 과학 영농으로 경쟁력만 갖추고 있다면 FTA소리만 나와도 가슴 철렁할 일은 없을 것 아닌가. 결국은 모든 게 실력 나름이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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