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회유-권영호전’이라는 제목으로 오는 10일부터 9월 28일까지 4전시실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지역미술사 발전에 이바지한 작가를 발굴해 이를 심층적으로 연구 조명함으로써 포항미술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마련됐다.
권 선생은 1960년대 초반, 포항지역화단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화가 그룹을 결성하고 창립 멤버로서 꾸준하게 활동하면서 다수의 국전에 입상하는 등 포항지역의 근대화단 형성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초기 활동 여정을 쫓아가다 보면 포항화단의 여명기를 가늠해볼 수 있다. 포항지역화단의 서막을 열었던 시기는 권 선생이 구룡포중학교 미술교사로 부임한 1961년 무렵이다. 경상도에 고향을 둔 서라벌예술대학 학생들이 모여 결성한 `문동미우회’에 창립 멤버로 활동했다.
1962년 `권영호-정외자 2인전’을 비롯해 1963년에는 포항인근 미술대학 출신 모임인 `향미전’을 창립함으로써 노태용, 원용일, 박명순, 이방웅, 김순란, 정외자와 함께 포항화단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선생은 10여 년간 대구·경북지역 중등미술교사와 작품 활동을 겸하며 후진 양성에도 힘썼다.
흥미로운 점은 전시할 수 있는 전문 화랑이 없었던 이 시기에 예술가들이 즐겨 찾는 당시의 문화공간이기도 했던 다방이 전시공간으로 많이 이용됐다는 것인데, 포항 역시 당시 화가들의 모임 장소이기도 했던 `청포도다방’(대표 박영달)이 전시공간으로 인기가 있었다.
향미전 창립전도 바로 이 청포도다방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 `푸른 회유’인 것처럼, 바닷가에서 태어나 바다를 배경으로 작업한 권 선생의 작품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가 물고기이다.
물고기 그림은 자신의 존재가 유래한 고향으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 일종의 회귀 의식의 반영처럼 느껴진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다방면에 예술적 기질을 보였던 권 선생은 1958년 서라벌예술대학 연극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했으나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히면서 미술로 전향했다.
이후 포항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포항화단 형성에 일조했다.
1960년대 중반 이후 대구·경북 지역에서 중등미술교사로 활동하고, 1976년에는 경남대학교 사범대학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40여 년간 포항화단과 교류가 단절되다시피 했지만, 초기 권 선생이 남긴 작품과 60년대 사진자료, 팸플릿 등은 포항미술사 구축에 소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회화작품 25점과 1960년대 포항을 문화사적으로 엿볼 수 있는 관련 자료 60여 점이 함께 전시된다.
선생의 작품 세계는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1960~70년대의 거칠고 투박한 어부의 삶을 소재로 한 작품, 1980~90년대의 목어와 한지를 이용한 불교적이고 민간신앙적인 작품, 그리고 고향으로의 회귀를 상징하는 물고기를 소재로 한 반구상적인 작품이 그것이다.
전시관계자는 “이번 작품을 통해 권영호 선생의 작품 세계 전반을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프닝은 10일 오후 5시.
문의 054-250-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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