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관오리 판치는 망할 세상, 내가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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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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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영화`군도:민란의 시대’… 윤종빈 감독, 심장 쫄깃해지는 액션 활극 표현

 권력과 폭력이 결탁했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했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
 윤종빈 감독은 폭력 조직의 한 단면을 들춰내며 악덕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던 시대의 불온한 공기를 스크린에 담아내 주목을 끌었다.
 그로부터 2년 만에 선보인 `군도: 민란의 시대’는 민란이 들끓었던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 활극이다.
 시계추를 `범죄와의 전쟁’으로부터 100여 년으로 되돌렸지만, 민초들의 삶은 1980년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만연한 부정부패 속에서 애먼 백성만 고통을 겪는다는 점에서다.
 탐관오리의 가혹한 수탈과 중앙 정부의 무능 속에 힘없는 백성이 쫓기듯 지리산으로 들어가던 철종 13년(1862년).
 의적단(혹은 화적) `추설’을 이끄는 대호(이성민)는 부패한 관리 나주 목사를 잡아 목을 베고 창고에 쌓인 식량을 백성에게 나눠준다.
 그러나 초록은 동색이라고, 새로 부임한 나주 목사도 부패하긴 마찬가지. 지역의 만석꾼이자 `당대제일도’(刀) 조운(강동원)과 손을 잡고 백성의 고혈을 짜내는 데 온 힘을 기울인다.
 한편, 조 대감(송영창)의 서자 조운은 의적단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은 배다른 동생 대신 가업을 잇고자 동생의 임신한 부인을 제거하기 위해 백정 도치(하정우)를 암살자로 고용한다.
 윤 감독은 “탐관오리들의 학정이 판치는 망할 세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심장 뛰는 액션 활극의 쾌감과 재미를 전달하려 했다”고 연출의도를 밝힌 바 있는데 이 같은 감독의 의도는 스크린에 정확히 반영돼 있다. 너른 벌판에서 의적들이 말을 타고 내달리는 장면은 호쾌하고, 활과 창과 칼이 어우러지는 액션 장면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속도감 있다.
 1960~70년대 성행한 쇼브라더스의 영화부터 서극의 `칼’(1995)까지 홍콩 무협 영화를 즐겨봤던 관객들과 `킬빌’(2003) 류의 B급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하다. 특히 `동방불패’(1993)의 영호충을 떠올리게 하는 조운의 신기한 도법과 도치의 투박한 도법이 펼쳐지는 막판 건곤일척의 승부는 꽤 흥미롭다.
 액션뿐 아니다. 조연들의 깨알 같은 유머들이 영화 곳곳에 심어져 있고, 전문 성우가 영화 도중 끼어들어 상황을 설명해주는 `전지적 작가시점’의 해설도 웃음을 자아낸다. 마흔이 넘은 듯한 외모의 마동석과 하정우가 20대 초반과 10대 후반이라는 설정은 황당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탄탄해 또 다른 웃음 포인트로 작용한다.
 `초능력자’(2010)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강동원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남다를 것 같다. 악인이지만 동정할 여지가 있는 데다가 천하제일의 도법 실력으로 등장인물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리는 모습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분량이 하정우에 비해 많지 않지만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다.
 영화는 135억원의 순제작비를 쏟아부은 만큼 볼거리가 풍부하다. 액션은 화려하고, 배우들의 대사와 행동은 웃음기를 머금고 있다. 여기에 민초의 고단한 삶에 방점을 둔 시대정신도 생각해볼 만한 문제를 던져준다. 볼거리와 내용을 갖췄다는 점에서 상당한 완성도를 지닌 오락영화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 영화를 통해 윤 감독이 새로운 스타일을 개척했거나 시대를 깊이 있게 들여다봤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액션과 미장센(화면구성)은 기시감을 자극하고, 캐릭터도 비교적 단조로워 캐릭터를 통해 시대를 다채롭게 담아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화 막판 다소 늘어지는 듯한 이야기 흐름도 아쉽다. 연합
 23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상영시간 1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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