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배가 아파도 너무 아프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일본인 3명이 공동 수상하자마자 느낀 솔직한 심정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일본에 졌을 때 배가 아픈 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19대 1. 일본과 한국의 노벨상 수상자 수다. `일본을 우습게 보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인 한국이 땅을 치고 통곡해도 시원치 않다.
19명 가운데 과학상 수상자가 16명이다. 문학상-평화상을 합해 19명이다. 1대 19가 무서운 게 아니라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16대 0이라는 사실이 더 공포스럽다. 아시아에선 일본이 단연 1위이다. 중국은 11명, 이스라엘이 12명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후 노벨평화상을 받고 우쭐했던 게 너무나 부끄럽다.
노벨상은 국력의 표본이다. 가장 많은 수상자를 낸 나라는 미국, 350명이다. 다음이 영국으로 120명, 3위는 독일 101명, 프랑스가 4위로 66명이다. 유럽에선 스웨덴 30명, 러시아 27명, 스위스 26명, 오스트리아 22명, 이탈리아 20명, 네덜란드 19명, 헝가리 12명이다. 우리에게 `한류(韓流)’와 `삼성’이 있고, `현대’가 있다고 건방 떨 이유가 없다. 김대중 노벨평화상이 `로비’의 결과니 뭐니 시비가 일었던 것을 기억하면 땅 속으로라도 기어들어가고 싶다. 정말 일본이 무섭다.
2000년대 이후만 따지면, 노벨 과학상에서 일본은 미국, 영국에 이어 `빅3’다. 2000년 이후 일본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급증한 데에는 일본 과학자들의 성과가 가장 큰 원동력이다. 일본은 1949년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아, 일본 국민의 기쁨이 됐다. 히데키 박사에게 노벨상을 안겨 준 논문은 1934년에 작성됐다.
이공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 대학도 다양해졌다. 19명의 수상자가 졸업한 학부는 교토대 6명, 도쿄대 4명, 나고야대 3명 외에 도쿄공업대, 도호쿠대, 홋카이도대, 나가사키대, 고베대, 도쿠시마대, 에히메대 각 1명이다. 지방의 시골대에서도 노벨과학상이 나온 것이다.
그는 심지어 “일본에서 창업을 생각하는 의욕 있는 젊은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 텐데요”라는 질문에 “미국으로 오라고 조언하고 싶네요. 일본은 법 체계부터 시작해 각종 시스템이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에요. 미국은 다릅니다. 영어? 못해도 돼요. 아이디어만 있으면 됩니다”라고 대답했다.
문제는 과학자의 활동 여건이 일본이나 한국이 비슷한 데 왜 한국 아닌 일본에서만 계속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계속 나오느냐는 것이다. 한국 과학자와 일본 과학자가 DNA부터 차이가 있는 것일까?
자연과학에 대한 일본의 투자는 100여 년 전인 19세기 말 시작됐다. 1868년 메이지(明治) 유신으로 근대화의 기초를 마련한 일본은 기초과학 거점대학으로 1877년 도쿄대를 창립했고 1917년에는 이화학(理化學)연구소를 세웠다. 2차 대전 패전 뒤에도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갔다. 2012년 일본의 총 연구개발비는 1998억 달러(약 214조 원)로 한국(492억 달러)의 4배다.
일본 정부는 1995년 과학기술 기본 계획에서 50년간 노벨상 수상자 30명 배출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국제 과학계는 “노벨상이 국가가 목표를 정한다고 달성할 수 있는 대상이냐”며 코웃음쳤지만 결국 그 국가 목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무한정 빠져 한 우물을 파는 일본인 특유의 `오타쿠(마니아)’ 문화와 장인정신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도 한 요인이다. 2002년 화학상 수상자인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씨는 학부 졸업 뒤 줄곧 회사원으로 일한 기술자다.
물론 한국이라고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2010년 미국에서 과학 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일본인 235명, 중국인 4395명, 한국인 1137명이다. 머지않아 한국출신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쏟아져 나오기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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