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지난 23일 갑자기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관련 법안 통과가 시급한 마당에 개헌문제가 정국이슈가 돼 경제 활성화가 묻히고 있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최근 `개헌’에 함몰돼 이원집정부제 마케팅에 부쩍 열을 올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그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를 향해 경제활성화 법안만 제발 좀 통과시켜달라며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애절하게 말해왔다”며 “그런데 국회는 오히려 `개헌이 골든타임’이라면서 대통령한테 염장을 뿌렸다”고 김 대표를 면전에서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많이 가슴 아프실 거다. 오죽했으면 국회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고 해서는 안 될 말씀까지 하셨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최고위원은 “김무성 대표가 정기국회에 계류된 경제활성화법에 대해 직을 걸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면전에서 강조했다. 김 대표의 표정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김 최고위원의 직접 공격이 아니어도 김무성 대표의 처지가 매우 군색해졌다. 전적으로 시의에 맞지 않게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들고나온 탓이다. 국회가 정상화된 것은 불과 며칠 전이다. 세월호 타령으로 거의 6개월을 허송세월하던 국회가 정상화되자마자 김 대표는 소속의원을 대거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 `대권주자’ 위상을 과시했다. 그것도 국정감시 기간 중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상하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요구가 봇물처럼 터질것”이라며 “봇물을 내가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귀국한 뒤 박대통령의 아셈(ASEM) 정상회의 참석 중 개헌론에 불을 붙인 데 대해 “대통령에게 사과한다”고 했지만 이미 접시를 깬 뒤다. 청와대와 김 대표 사이에 냉기(冷氣)가 흘렀다. 그러자 새정치민주연합이 환호작약하고 나섰다.
청와대 공기가 심상치 않고, 분위기가 불리해지자 22일 밤 당 보수혁신특별위를을 예고 없이 찾아 혁신위원들에게 “중국 방문이 끝나는 날 경계심이 무너져 말 한 마디 잘못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전혀 제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정말 억울하다”면서 “대통령과 싸움 붙이려 난리지만 절대 싸울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어’라고 했는데 언론에서 `아’라고 보도했다”며 “(박 대통령과) 한 몸으로 해나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개헌’이라는 불쏘시개를 아궁이에 던지고 휘발유까지 끼얹어 놓고 “정말 억울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대표 취임 이후 100여일 동안 청와대와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 자신의 위상을 확립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는 비판을 자초해왔다. 취임하자마자 사무총장에 `탈박’(脫朴)’의 대표적 인물인 유승민 의원을 기용하겠다고 나서 청와대와 마찰을 빚었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을 틈만 나면 비판하는 `반박’이다. 또 중국 방문도 이재오 의원과 함께했다. 이 의원은 눈만 뜨면 야당보다 박 대통령을 더 물고 늘어지는 `반박’의 태두(泰斗)다.
김 대표는 분명히 해명해야 한다. 박지원 의원이 “(김 대표가) 저와 얘기한 정기국회 후 개헌논의, 봇물 터지게 했다”고 말한 게 무슨 의미인지, 박 의원과 짜고 `개헌 봇물론’을 터뜨렸는지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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