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문화적 지형에 맞게 `벤야민론’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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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문화적 지형에 맞게 `벤야민론’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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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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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의 사유 해설한 2차 저작

 

가면들의 병기창
문광훈 지음 l 한길사 l 1104쪽 l 3만5000원

 문예평론가 발터 벤야민(1892~1940)은 흔히 `아우라’(Aura)라는 개념을 제시한 인물로 기억된다. 아우라 자체는 워낙 유명한 말이지만, 정작 벤야민의 사유 전반이 어떤 지점을 가리키는지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원전을 통해 그의 사유를 충분히 독해하기란 매우 어렵다.
 문광훈 충북대 독어독문학과 교수가 쓴 `가면들의 병기창’(한길사)은 형식 자체만으로는 그 어렵다는 벤야민의 사유를 해설한 2차 저작이다. 그러나 원전에 대한 독해를 넘어 이를 비판적으로 들여다보고, 오늘날 한국의 관점에서 무엇을 타당하게 받아들일지까지 논의하는 등 한바탕 지적 싸움을 벌인 결과물이다.
 문 교수는 벤야민 특유의 난해함 때문에 제한적으로만 이뤄지던 벤야민 독해를 극복하고자 3~4년간 원전이라 할 만한 문건은 죄다 섭렵했다고 한다. 저서 4권을 비롯해 500여편에 이르는 논문과 논설, 서평, 소책자부터 정치적 선전문구, 플래카드, 포스터에 이르기까지 `잡다한 무더기’ 속에서 사유의 흔적을 끄집어냈다.
 이런 토대 위에서 저자는 벤야민의 사유를 검토하는 데 네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는 1차 문헌에 충실함으로써 벤야민의 모습을 최대한 전체적으로 균형감 있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둘째는 2차 문헌과의 대결이다. 주요 논의는 끌어들이되 그와 철저하게 대결함으로써 취사선택하고 비판적으로 논평한다는 태도다.
 그 대결의 결과물이 21세기 한국이라는 시공간과 괴리돼서는 안 된다. 저자가 세운 셋째 원칙은 벤야민의 글이나 그에 관한 논의가 한국의 문학적·문화적 지형에 맞게 재구성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재검토된 벤야민의 사유 가운데 무엇이 여전히 타당한지, 즉 벤야민의 `현대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끌어낸 벤야민의 문제의식은 자본주의를 비롯한 지배질서에 저항하고 그와 다른 삶을 상상하는 지점에 이른다.
 그에게는 `세계의 질서를 뒤흔드는 과정’으로서 텍스트 읽기, 더불어 `균열이 생긴 질서에 쐐기를 박는 실천적 개입’으로서 쓰기가 존재했다. 읽기와 쓰기라는 행위는 “조금 덜 부당하고 조금 더 정당한 방향”으로 사회적 선의를 모색하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아울러 저자는 세상과의 대결을 위한 벤야민의 사유 공간에서 주된 무기인 예술에 주목한다. 제목 `가면들의 병기창’도 이런 관점에서 만들어졌다. 가면은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인간과 현실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예술을 비유한다. 그러므로 `가면들의 병기창’이란 곧 `예술의 병기창’이라는 뜻이다.
 책 출간과 더불어 저자가 독자들을 만나 벤야민의 문제의식을 놓고 의견을 나누는 `발터 벤야민의 밤’ 행사도 마련된다. 11월 24일과 12월 1일 오후 7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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