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순 전 KBS 감사가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 방송계 인사들과 한나라당 대선 전략을 논의한 사실이 녹음 형태로 폭로돼 파문이 일고 있다. 현장에 있었던 신현덕 전 경인TV 사장이 녹음한 내용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에 의해 국회에서 공개된 것이다.
강 씨는 방송위원이다. 그가 특정 정당 대선전략 모임에 갔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된다. 방송위원은 공영방송을 정치적 입김과 압력으로부터 지키고 공정성을 담보해야 하는 위치다. 그런 사람이 “한나라당 집권을 위해...”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면 그는 공인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더구나 그는 한나라당 추천 방송위원 아닌가.
그러나 강 씨의 발언이 폭로된 경위를 보면 분노가 치민다. 한나라당 의원들과 가진 만찬에 함께 초대돼 대선전략을 논의하는 데 머리를 채워준 신 씨가 그 내용을 몰래 녹취해 이를 공개했다. 강 씨의 한나라당 편들기가 안고 있는 문제점 이상으로 그 행동이 부도덕한 이유는 녹취행위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불법을 자랑으로 알고 있는 신 씨의 행동은 정말 가증스럽다.
국회에서 이 문제를 꺼낸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강 씨를 감싼 한나라당이라고 다를 게 없다.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은 국회에서 녹취 내용을 공개하며 방송위원의 정치개입을 비난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이 릴레이로 나서 강 씨를 두둔했다. 불법 녹취 내용을 놓고 국회에서 벌어진 상황이 부끄럽다. 내용이 무엇이든 불법은 불법일 뿐이다.
강 씨는 방송위원 본분을 저버린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공인이 특정당을 지지하고도 방송위원을 계속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동시에 불법 녹취와 불법 폭로를 자행한 신 씨에 대해서도 상응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불법으로 확보한 자료를 국회에서 거론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반성도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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