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야기 속에 숨어있는 인간의 비밀을 찾아내다
  • 이경관기자
좋은 이야기 속에 숨어있는 인간의 비밀을 찾아내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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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세이 22편 묶어

 

▲ 신형철 문학평론가. 연합

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지음 l 마음산책 l 240쪽 l 1만3000원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좋은 이야기는 그것이 끝나는 순간 삶 속에서 계속된다.”(66쪽)
 문학의 위기라 일컬어지는 시대에 문학을 논하는 일을 업으로 살아가며 두꺼운 팬층을 확보한 문학평론가 신형철. 그가 최근 `씨네21’과 다양한 매체에 실었던 영화 에세이 22편을 묶어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영화의 매체 문법을 모르는 자신이 쓰는 것은 영화평론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문학평론가의 시선으로 영화에 대해 논한다. 그가 쓰는 영화 에세이는 결국 좋은 이야기에 대한 글인 동시에 그 속에 숨어 있는 인간의 비밀에 대한 글이기도 하다.
 1부는 `사랑의 논리’를 주제로 영화 `러스트 앤 본’, `로렌스 애니웨이’, `시라노 연애조작단’, `케빈에 대하여’, `아무르’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결여를 깨달을 때의 그 절박함으로 누군가를 부른다.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향해 할 수 있는 가장 간절한 말, `나도 너를 사랑해’라는 말의 속뜻은 바로 이것이다. `나는 결여다.’”(25쪽)
 신 평론가는 절망 속에서 서로를 구원해내는 스테파니와 알리의 사랑을 담은 영화 `러스트 앤 본’을 통해 사랑은 결국 스스로가 가진 결여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결여를 채우는 것은 결국 사랑으로, 그것은 처절한 인생에서 유일한 구원의 손길이다.
 2부에서는 `욕망의 병리’를 주제로 김기덕과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드러나는 욕망과 불안의 서사를 영화 `피에타’, `다른 나라에서’, `뫼비우스’, `우리 선희’, `멜랑콜리아’, `테이크 셸터’를 통해 이야기한다.
 “결국 미선의 균열은 이 복수의 서사에 균열을 냈다. 가장 처절한 복수를 위해서 엄마가 되어주기로 한 것이지만 그 역할극 속에서 그녀는 정말로 (어느 정도는) 강도의 엄마가 되었다. 그녀는 그녀 자신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복수가 낳을 결과를 계산하는 데도 실패했다. 사라진 미선을 찾아 헤매면서 강도는 자신이 파멸시킨 이들의 고통을 순례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악을 복습하고 선과 악에 대한 최초의 자각에 도달하게 된다.”(76쪽)

 그에 따르면 영화 `피에타’에서 복수를 위한 미선의 죽음은 결국 복수의 고리를 끊는 행위라는 것. 미선을 통해 강도는 자신의 악행을 자각, 다시 태어나 스스로 죽을 수 있게 된다.
 신 평론가는 복수의 서사는 결국 구원의 서사로 귀결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피에타 속 복수라는 욕망의 발아는 결국 자본주의에 대한 인간의 마지막 발악이다.
 3부는 `윤리와 사회’라는 주제로, 영화 `더 헌트’, `시’, `청포도 사탕’, `늑대소년’, `설국열차’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는 이 파트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둘러싼 논의를 이어가는데 특히 영화 `설국열차’를 소재로 한 글이 흥미를 끈다.
 그는 `마르크스주의자와 프로이트주의자가 실 영화를 논한다면’이라는 가설로 설국열차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 영화에서 마르크스의 기차는 이상한 곳에 정확하게 도착했고, 프로이트의 기차는 정확한 곳에 은밀하게 도착했다고.”(172쪽)
 4부는 영화 `스토커’, `머드’, `라이프 오브 파이’, `그래비티’, `노예12년’을 통해 `성장과 의미’에 대해 그린다. 그리고 `부록’에서는 영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와 `사랑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는다.
 “나쁜 질문을 던지면 답을 찾아낸다 해도 그다지 멀리 가지 못하게 되지만, 좋은 질문을 던지면 끝내 답을 못 찾더라도 답을 찾는 와중에 이미 꽤 멀리까지 가 있게 된다.”(214쪽)
 신 평론가는 이 책에서 감독이 그린 세계를 비틀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색으로 받아들인다. 그의 영화 이야기는 일곱 빛깔을 넘어 수백의 색으로 번져 `영화세계’를 구축한다. 앞으로 더욱 단단해질 `신형철의 영화세계’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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