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 눈치우기·잡초뽑기 민간이 대행한다?
  • 한동윤
전방 눈치우기·잡초뽑기 민간이 대행한다?
  • 한동윤
  • 승인 201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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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軍)의 사병계급 폐지에 이은 얼빠진 발상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육군이 병사 계급 체계를 현행 4단계에서 사실상 2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해서 여론의 비난을 바가지로 들었다. 이등병은 아예 없애고, 상병 가운데 분대장으로 선발된 병사만 병장으로 진급시켜 대부분 병사를 일병과 상병 계급장만 달고 군복무를 마치도록 하겠다는 발상이다. 병영내 폭력을 막겠다는 데서 출발한 한심한 발상이다. 그러더니 요즘은 사병 계급을 단일 계급으로 단일화하는 얼빠진 안까지 흘러 나왔다. 아무래도 육군이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다.
 이런 군(軍)이 최근에는 전방 병사들을 여름에 잡초 뽑고, 겨울에 눈 치우는 사역(使役)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방침을 추진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12일 국회 국방위원회가 최전방 일반전초(GOP) 부대의 잡초 제거와 제설 작업 등을 민간 회사에 용역(用役)을 주기로 하고 관련 예산 305억원을 의결한 것이다. 국방부 요청에 의한 것이다. 부대 시설관리와 주변 정리 작업을 민간에 넘기게 된 곳은 철책을 지키는 육군 11개 사단, 전방 곳곳에 탄약을 보관하는 탄약창 9곳, 해병대 2사단 등이다. 군인들이 자기가 근무하는 병영과 GOP 주위의 잡초와 눈도 치우지 않는다는 ‘얼빠진’ 발상이다.
 물론 국회국방위에서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 등은 끝까지 반대했다. 한 의원은 “국방부 발상이 잘못됐다”고 군을 질타했다. 17일 열린 국회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 혁신 특위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도 “군대 생활을 한 사람들은 다 반대한다. 청소 등을 용역에 맡긴다는 데 군대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의원은 육군 5군단장을 지낸 3성장군 출신이고, 백 의원도 3군사령관을 거친 4성장군 출신이다. 여야를 떠나 군 출신 의원들이 적극 반대하는 모양새다.
 국방부 계획은 대대당 5명의 민간인을 병사들의 사역을 대신하는 용역으로 고용해 각 부대에 배치한다는 것이다. 시설관리 1명, 청소관리 2명, 환경관리 2명씩이다. 청소나 잡초 제거까지 민간에 넘기는 발상이다. 국방부는 앞으로 이를 전군으로 확대할 계획까지 갖고 있다.

 그러나 GP(경계초소)는 일반인 출입 금지 군사구역이다. 국방부 계획대로라면 잡초를 뽑고 주변 청소를 위해 일반 용역회사와 민간인 용역들이 그곳을 드나들어야 한다. 이 역시 얼빠진 발상이다. 결국 일반 용역들의 GP 접근이 허용되지 않으면 GP에서는 병사들이 잡초를 뽑고 주변 청소를 해야 한다. 용역 혜택은 GP 근무병이 아닌 후방 병사들이 받게 되는 꼴이다. 만에 하나 GP 출입이 허용돼도 그 가운데 이적분자가 없을지 누가 아는가? 얼빠진 국방부.
 국방부의 어설픈 발상에 적극 찬동한 의원은 비(非)군인출신인 새정연 안규백 의원이다. 그는 당초 전방 2개 사단 정도로 시범사업을 벌이자고 했지만 “전방 사단 전체로 확대하자”고 주장해 아예 예산을 300억원 넘게 확대시켰다. 그의 주장은 “훈련 시간에는 훈련을 받고 나머지는 개인 시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복무 생활의 스트레스도 덜 받고 보람도 생긴다”는 것이다. 이 또한 얼빠진 생각이다.
 ‘군 생활’은 단순히 총을 잡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병영(兵營) 생활은 ‘전쟁’이라는 가상의 상황에 대비해 훈련과 사격은 물론 자기 주변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포함된 개념이다. 군사 훈련말고도 진지 구축과 보수, 화장실 청소, 내무반 단장이 다 포함된 것이다. 그런데 국방부 발상은 전방 병사들이 여름에 잡초 뽑고, 겨울에 눈 치우는 사역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어째 군복만 입으면 사고(思考)가 콘크리트처럼 굳어버리는지 모를 일이다.
 국방부의 계획과 국회국방위의 부대관리 민간용역 예산 ‘305억원’은 최종 확정된 게 아니다. 국회 예결위의 심사가 남아 있다. 국회예결위에 새정연 안규백 의원처럼 ‘단순사고’하는 의원이 더 이상 없기만 바란다. 전방의 병영생활은 보초서는 것을 포함, 훈련과 눈치우기, 잡초 뽑기같은 모든 물리적 행위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사병 계급도 없애고, 사병의 눈치우기, 잡초 뽑기까지 없애면 군대는 뭐하러 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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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윤 2014-11-27 15:56:00
니가 gop에서 밤새 철책경계서고나서 잠도못자고 매일 눈치워봤어?... 돌아서면 발목만큼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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