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백낙청(76) 서울대 명예교수와 최장집(71) 고려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진보를 대표하는 학자다. 두 사람 모두 야당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며 현실정치에 개입해왔다. 다만 백 교수는 2012년 국회의원총선을 앞두고 ‘종북연대’라는 비판을 초래한 통진당-민주당, 이정희-한명숙 연대를 종용한 반면 최 교수는 ‘중도진보’의 노선을 걸어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이사장을 맡은 것이 그렇다.
두 사람은 ‘진보’의 범주에 속하지만 학문 성향은 크게 다르다. 백 교수는 북한을 내재적으로 접근하며 매사를 분단(分斷)에서 찾는다. 그는 지난 22일 서울 안국빌딩 W스테이지에서 열린 ‘문화의 안과 밖’ 강연회에서도 지론(持論)인 ‘이중과제론’을 들고 나왔다.
소위 ‘이중과제론’은 ‘분단체제론’과 연결돼 있다. 한반도 분단으로 남북한 모두 근대성을 불완전하게 갖추고 있다는 것이 분단체제론이다. 분단 때문에 한국에서도 자주적인 국민국가가 수립되지 않았고, 정치적 민주주의도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강연에서 “분단체제 극복은 근대 적응 노력이 근대 극복의 노력과 합치됨으로써만 가능하다”며 “분단체제 극복은 ‘이중과제’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3대 권력세습 체제인 북한과 대한민국을 동격에 놓고 접근한 것이다.
백 교수의 주장을 듣던 최 교수는 “사회자로서 논평 겸 질문을 드리겠다”며 ‘분단체제론’을 정면 공격했다. “한반도가 분단되어 있지만 남한 사회는 근대화를 꽤 오래전에 완수해 민주화도 되고 선진적인 발전국가의 수준에 올랐다. 한국의 근대화는 문제가 별로 없어 보인다. 따라서 남북한 모두가 근대에 적응하는 데 실패했다고 보는 것은 현실에서 많이 벗어난 진단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국제사회로부터 인권탄압국가로 낙인찍힌 야만체제 북한을 한국과 수평으로 비교한 백 교수의 시각을 통렬히 비난한 것이다.
그러자 백 교수는 최 교수의 비판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최 선생님은 남한은 근대화가 완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결손 국가’든 아니든 문제가 안 된다고 보는데,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들이 대한민국의 형식상 결손성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게 내 입장”이라고 ‘분단체제론’을 들고 나왔다. 특히 그는 군사적 자주성과 관련한 비판에 “군사주권 문제는 국가의 온전성을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다. 집단 안보체제에 참여하는 것과 한국과 미국 같은 양자관계에서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일방적으로 군사 주권을 이양하는 문제는 다르다. 평시작전권만 갖고 전시작전권을 안 갖겠다는 군대는 군대라고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미 동맹을 깎아 내리고 북한을 옹호하려는 의도가 확연하다. ‘전시작전권’ 이양을 연기하도록 만든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백 교수는 통진-민주당 연대가 합의되자 노수희 범민련 부의장 등과 손잡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노수희는 그 직후 평양으로 달려가 김일성, 김정일 미라에 엎어져 꺼이꺼이 울었다. 시인 김지하는 그런 백 교수를 향해 ‘쑥부쟁이’라고 일갈했다. 사람들의 발에 거치적거리는 ‘잡초’라는 얘기다.
반면 최 교수는 “국민은 누가 더 진보적이냐, 도덕적이냐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 문제를 개선할 대안을 만들 수 있느냐에 관심이 있다. 새누리당이 상대적으로 더 낫다”고 발언, “한 사람의 학자, 지식인이 정치적으로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자세를 지키면서 학문적 탐구에 전념하는 것이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것보다 바람직하다”고 학문을 하는 학자의 자세를 정의했다. 과연 누가 진정한 학자이며, 진정한 진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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