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신석정의 ‘대춘부(待春賦)’다. “우수도/경칩도/머언 날씨에/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오기에/호흡은 가빠도 이토록 뜨거운가?// 손에 손을 쥐고/볼에 볼을 문지르고/의지한채 체온을 길이 간직하고픈 것은/꽃피는 봄을 기다리는 탓이리라//산은/산대로 첩첩 쌓이고/물은 물대로 모여 가듯이//나무는 나무끼리/짐승은 짐승끼리/우리도 우리끼리/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탓이리라.”
음산한 겨울 날씨에 지친 탓인지 꽃샘추위마저도 진력이 난다. 신문들은 화사한 봄꽃의 만개를 알리는 사진에 지면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봄을 받아들이는데 잽싸지 못하다. 꽃눈 속에 감춰진 봄은 터뜨리고 나올 시기를 콤퓨터보다도 더 정확히 알고 있는 모양이지만 사람의 오감은 이에 뒤지는 모양이다. 이상 기후 탓인 것 같기도 하다.
상춘의 계절보다 더 빠른 것도 있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물러짐에 따라 일어나는 갖가지 붕괴 사고다. 옹벽을 비롯한 각종 시설물, 절개지의 토사는 위태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봄은 짧다. 왔는가 하면 어느새 여름이 되고 만다. 이들 위험지가 여름 물난리에 휩쓸리면 ‘가래’로도 못 막을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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