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두문자 뱉는 요즘
  • 정재모
육두문자 뱉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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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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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전국시대 노나라의 공의휴(公儀休)가 재상에 취임하자 지인이 인사 오면서 생선을 가져왔다. 공의휴는 거절했고 지인이 물었다. “생선을 좋아하시면서 왜 사양하시는지요?” 공의휴가 대답했다. “생선을 좋아하기 때문에 받을 수가 없네. 재상을 하고 있으면 그 봉록으로 생선을 사 먹을 수 있지. 하지만 자네 생선을 받아 오해를 사 자리에 서 물러나게 되면 봉록이 없어질 테니 생선을 더는 먹을 수 없지 않겠나.” 사기 순리전(循吏傳)에 나오는 이야기다.
 공의휴에 관해 기억할 만한 다른 고사도 한 편 더 있다. -공의휴는 아욱국을 좋아했기로 가족이 직접 아욱을 재배했다. 맛있는 아욱을 먹은 재상이 자신의 채마밭에서 재배한 것임을 알고 그 아욱을 모조리 뽑아버리도록 했다. 또 몸에 두른 질 좋은 비단이 집에서 고용한 직녀가 짠 것임을 알고 그녀를 내보내게 했다. 재상의 집에서 이런 것까지 다해버리면 백성들이 먹고살기가 힘들다는 이유였다. ‘발규거직(拔葵去織)’이란 고사성어가 바로 이 말이다. 공짜 생선 한 마리도 마다하고, 재상의 자리에 앉아 채소를 재배하며 베를 짜는 백성들을 배려한 공의휴의 저 청렴과 노블리스 오블리쥬 실천의 고사가 새삼 생각나는 오늘이다.

 전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의 메모가 지금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자살의 길을 걸은 성씨가 어떤 계기에 힘 있는 자들에게 돈을 주었다는 메모다. 당사자들은 지금까지 하나같이 돈 받은 걸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실제 안 받은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법적으로는 아직 무죄 단계이지만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는 국민들 뇌리 속에서 이미 ‘유죄’를 선고받고 있는 중이다. 이틀 전 자진 사의를 표명한 이완구 총리도 바로 그 도덕적, 정치적 죄인이 되어 있는 거다.
 요즘 정치하는 사람들더러 친한(척하는) 사람이 갖다 주는 생선 한 마리 받아먹지 말라고 엄격하게 요구하는 국민은 없을 거다. 하지만 사람들은 저들이 주고받은 돈이 정치자금이 되었건, 혼자 ‘꿀꺽’해도 그만인 뇌물이 되었건 수천만 원, 수억 원을 예사로 넘나드는 액수를 듣고 있노라면 허탈하다. ‘88만원 세대’가 수없이 절망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별에서 온 자들인가 싶은 거다. 정치인과 관리들이 모두 공의휴가 되기를 바랐던 건 애초부터 아니겠지만 서민들 입에서는 저도모르게 육두문자가 절로 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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