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비슬산(琵瑟山·대구시 달성군 유가면)은 신라시대 두 스님의 우정에 얽힌 이야기를 품고 있다. ‘대견봉 정상 남쪽 암자에 관기(觀機), 북쪽 바위굴엔 도성(道成) 성사(聖師)가 각각 기거했다. 둘은 구름을 헤치고 달을 노래하며 10리 거리의 거처를 늘 서로 왕래했다. 도성이 관기를 찾아갈 때면 나무들이 모두 남쪽을 향해 굽혔고, 관기는 이를 보고 마중 나갔다. 관기가 도성을 찾을 땐 수목이 북쪽으로 굽혀 도성이 마중나갔다.’(삼국유사 포산이성 조)
바람결에 나뭇가지가 휘는 걸 보고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설화는 사뭇 시적이다. 일연은 이 일을 기리기를 ‘서로 지나다가 달빛을 밟고 구름을 희롱하는 두 노옹의 풍류가 몇 백 년인가. 산골 가득 노을이 고목에 끼어 있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그림자는 아직도 서로를 맞이하는 것 같네.’ 이처럼 저 신라의 선승 두 분이 살았던 곳이 비슬산이다. 관기가 거처했던 암자의 자취는 찾을 길이 없지만 도성의 바위굴 흔적은 지금도 남아 있다. 도성암이다.
비슬산은 이처럼 삼국유사의 현장으로, 김시습의 시구로만 유명한 게 아니다. 1084m의 정상부근 30만평의 평원에 빽빽이 군락을 이뤄 피는 진달래꽃은 북한 영변의 약산 것만큼이나 이름난 곳이다. 이번 주말 비슬산은 온통 붉은 물감을 엎질러 놓은 것 같으리라.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비슬산참꽃축제가 이번 주말 절정을 이룰 거란다. 유서 깊은 유가사를 지나 도성암에 이르면 천년의 향기가 맴돌고, 정상에 서면 발치 아래로 낙동강이 감돌아 흐르는 풍광. 대구의 드넓은 시가지가 한눈에 펼쳐지는 곳. 참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버렸을 비슬산이 자꾸만 손짓하는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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