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되기 쉬운 기억·여론이 만든
‘온라인 속 마녀사냥’ 정조준
  • 연합뉴스
조작되기 쉬운 기억·여론이 만든
‘온라인 속 마녀사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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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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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DVD ‘백설공주 살인사건’

 기억은 쉽게 조작된다. 아무리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과거를 100% 객관적으로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혹은 기억하고 싶은 부분만 기억한다.
 여론은 어쩌면 더 쉽게 조작된다. 같은 말을 해도 편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말이 된다. 여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가벼움이 더해지면 조작된 여론의 전파는 누군가에게는 식은 죽 먹기일 수도 있다.
 ‘고백’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일본 추리 소설가 미나토 가나에의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조작되기 쉬운 기억과 여론이 만나 조장한 ‘온라인 속 마녀사냥’을 정조준했다.
 ‘백설공주’ 비누 회사에 다니던 미모의 여직원 ‘노리코’가 숲에서 흉기에 수차례 찔린 뒤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된다.
 이 사건을 접한 TV 프로그램 계약직 조연출인 ‘유지’(아야노 고)는 비누 회사에 다니는 친구를 통해 며칠째 행방이 묘연한 같은 회사 여직원인 ‘시로노 미키’(이노우에 마오)가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피해 여성의 동료를 차례로 인터뷰해 미키를 범인으로 확신한 ‘열혈 트위터리안’ 유지는 취재 내용을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올리는데 이어 인터뷰를 자극적으로 편집한 영상을 방송에 내보낸다. 미키를 범인으로 단정 지을 만한 정황들이 가득 찬 영상이다.
 방송이 나간 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순식간에 미키의 실명과 고향, 출신학교 등이 모조리 까발려지며 이른바 ‘신상 털기’가 이뤄진다.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는 과정에서 악성 댓글, 개인정보 유출, 사생활 침해 등이 난무한 현대 사회의 병폐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3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데뷔작 ‘고백’으로 복수와 처벌, 책임 등을 얘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가는 ‘백설공주 살인사건’을 통해서도 지나치게 가벼운 현대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내뱉은 말이나 사소한 오해에서 빚어진 추측성 발언이 멋대로 편집되고 유포되며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과정이 어떻게 보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남긴다.
 국내에 ‘꽃보다 남자’의 ‘츠쿠시’ 역으로 얼굴을 알린 이노우에 마오가 평범하기 그지없는 모습부터 극한의 감정을 표출하는 모습까지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2008)·‘골든슬럼버’(2009) 등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을 스크린으로 섬세하게 옮기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 온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연합
 15세 이상 관람가. 1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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