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위기(危機)의 연속이다. 작년 4월 세월호 침몰로 시작된 위기가 메르스 사태로 정점으로 달려가는 느낌이다. 세월호 늑장 대응으로 혼쭐 나고도 메르스에 소극 또는 미온 대처함으로써 무능과 무기력 정부라는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그 하이라이트는 바레인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던 ‘1번 환자’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에 확진 검사를 요청했으나 질병관리본부는 “바레인은 메르스 발생국이 아니다”며 거부한 것이다. 메르스 사태는 보건당국의 인재(人災)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당시 ‘7시간’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박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 말할 수 없다”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한심한 국회답변이 빌미가 됐지만, 그 단초는 세월호 침몰을 대면(對面) 보고받지 않은 박 대통령이 제공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질병관리본부, 보건복지부의 안이한 서면보고만 받다 6일 만에 처음 장관 대면보고를 받은 것이다. 확진환자가 나온 지 열흘이 넘은 6월 1일에야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 국가적 보건역량을 총동원하기 바란다”며 처음으로 공개 언급했다. 메르스 대책회의를 소집한 것은 그로부터 다시 이틀이 지나서였다. 세월호 위기나 메르스 위기나 모두 자초(自招)한 측면이 크다. 결국 메르스 대응 잘못으로 반년 이상 준비해온 한·미정상회담까지 연기해야 했다.
전국을 덮친 메르스 재앙(災殃)에는 정부 뿐만 아니라 야당 소속 자치단체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그들이다.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은 “박 서울시장이 한밤 기자회견을 자청해 ‘35번 메르스 환자’가 접촉한 재건축조합총회 참석자 1500여 명을 자가 격리 조치하겠다고 밝힌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한 명의 감염자도 나오지 않았다”며 박 시장의 호들갑을 꼬집었다.
또 “박 시장이 지목한 35번 환자가 총회에 참석한 것은 증상도 없고 확진 판정도 받기 전”이라며 “박 시장의 ‘방역 쿠데타’가 정부의 병원 공개를 이끌어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는 엉뚱한 곳을 타격했는데 때마침 반응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보다 더 정확할 것”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동아일보의 결론은 “여야가 협력해 물리쳐야 할 전염병과의 싸움인데 가장 큰 지자체 수장이 싸우려는 태도를 취한 것은 소인배(小人輩) 같았다”다.
서울 시장과 성남 시장만이 아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3일 보건복지부의 반대에도 학교장 재량에 따른 휴교를 허용했다. 2012년 메르스 원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조차 휴교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황 부총리의 판단 잘못을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전염병 담당 전문가가 ‘한국에서는 휴교가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의 판정을 내렸으니 황 부총리의 교육장관 자격에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는 10일 메르스 사태에 뛰어 들어 인기가 높아졌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며칠 만에 역풍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박 시장이 메르스 사태를 ‘준전시상황’이라고 규정하고도 서울광장 동성애 축제를 허용한 것과, 서울시 공무원 시험을 강행하면서 메르스 격리 대상자가 시험을 치를 경우 자택에서 시험을 치르게 하겠다고 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지난 6일 메르스로 자가격리된 주민이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한양아파트에 거주하고, 그 자녀가 서현초등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을 페이스북에 올렸으나 자가격리 중인 3명 모두 음성판정을 받음으로써 인권을 침해했다는 역풍을 맞고 있다. 왜 이 나라는 정부와 자치단체가 이 모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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