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곽경택 감독의 ‘극비수사’
아이 엄마는 점집을 전전하다가 아이가 살아있다고 유일하게 말한 도사 김중산(유해진)의 말을 공 형사에게 전하고 둘은 기묘한 협력 관계를 형성한다.
18일 개봉한 ‘극비수사’는 형사와 도사라는 두 실존인물이 겪은 실화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곽경택 감독은 ‘친구2’ 대본 작업 중 취재를 위해 만난 공 형사로부터 신문 보도 이면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이를 열두 번째 연출작으로 삼았다.
영화는 시작부터 실화를 재구성했음을 문자로 관객에게 알리며 마무리도 두 실존 인물의 실제 사진과 내레이션으로 짓는다.
곽 감독은 “이미 알려진 실화라 상업영화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며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사건 자체가 아니라고 주변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크린을 통해 관객에게 도달하는 메시지는 이 사건의 개요가 아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실제 사건과 인물들이 궁금해질 수는 있으나, 감독이 관객에게 궁극적으로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인정(人情)과 인정(認定), 두 가지 ‘인정’에 관한 이야기다.
형사 공길용은 새끼를 잃을 위기에 처한 어미의 눈빛을 보고 휘말리지 않아도 될 사건에 자진해 뛰어든다. 두 눈이 맞부딪힌 이후 관객은 “주인공이 대체 왜?”라는 의문을 품지 않아도 된다. 주인공을 움직인 힘은 바로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정’이란 ‘정의’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사람 냄새이자 곽경택 감독 특유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는 점은 러닝타임을 한참 남겨두고 이야기의 맥이 사건 후 처리 양상으로 넘어간다는 데서도 드러난다.
영화 후반부는 공을 세우고도 인정받지 못한 인물들을 통해 사회 부조리를 축약해 보여준다. 이를 ‘진정 인정받는 것이 무엇이냐’는 반문으로 부드럽게 마무리해 나가는 곽 감독의 화법은 예나 지금이나 조직과 사회의 습성에는 달라진 게 없지 않느냐는 의문을 품고 사는 요즘 관객에게도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곽 감독은 “영화의 뒷부분이 ‘뚱뚱하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다”며 “그러나 아이를 살리려 30년 전 열심히 뛰고도 그 공을 가슴 깊이 숨겨둔 두 분의 이야기를 하고 싶기에 끝까지 유지했다”고 소개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분과 보여주는 부분에서 모두 곽경택 감독의 연출력은 노련하다.
1970년대를 단숨에 보여주는 오프닝 장면을 비롯해 한국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 장면들로 그동안 국내 관객이 목말랐을 ‘정말 한국영화 같은 한국영화’에 대한 목마름이 상당 부분 채워질 듯하다. 연합
15세 이상 관람가. 1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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