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관계 치열한 고민의 흔적 털어놔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기억나니. 사람들하고 대화할 때,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골고루 시선을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내게 알려준 것도 너였지. 너는 그렇게 사려 깊은 사람이었는데 그런 너가 세상으로부터 받은 배려는 너무도 적었구나.”(285쪽)
산문집 ‘보통의 존재’의 이석원 작가가 두 번째 산문집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을 최근 펴냈다.
이 책은 형식과 내용 두 가지 면에서 모두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여느 에세이처럼 짧은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책 한 권을 관통하는 하나의 긴 이야기를 품되 작가 자신의 생각과 느낌에 집중, 글을 전개한다.
책의 내용은 뻔한 연애 이야기지만 그 뻔함이 무기가 된다.
청춘이라면, 아니 지금 연애를 하고 있는 그 누군가라면 알 수 있을 연애의 그렇고 그런 은밀한 마음들이 잔잔하게 흐르며 먹먹하게 한다.
그는 이 책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이야기, 즉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연인의 관계를 맺은 두 사람은 그들만의 법칙을 정해 만남을 이어가고,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감정을 경험한다.
“나는 꿈이나 목표, 하고 싶은 일 같은 것 없이도 지난 사십년간 충분히 잘 살아왔다. 그리고 그런 건 찾고 싶다고 찾아지는 것도 아니요, 찾아진다 해도 언젠간 시들해질 수 있으며, 또다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로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여전히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거나, 누구나 잘하는 일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을 뿐. 그때는 그때대로, 지금은 지금대로.”(341쪽)
그는 ‘책 한 줄 읽는 것도, 문장 하나를 완성하는 일도 때로는 천근, 만근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만큼 버거울 때가 있다’는 고백을 통해 작가로 살아가기 위해 그가 겪어내야만 하는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털어 놓는다.
한편 짧은 호흡의 에피소드들과 중간 중간 인터미션처럼 끼워넣은 짧은 단상 혹은 시들은 관계가 갖는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솔직함을 무기로 자신의 이야기를 마구 쏟아내는 이석원 그는 이 시대 진정한 에세이스트다. 그가 전하는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 생이란 그 길 위에서 인간이 끝끝내 찾지 못할 그 무엇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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