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요즘은 거의 날마다 비가 내리다시피 하고 있다. 입동이 지난지 거의 스무날이 다 되어가는 데도 그렇다. ‘입동 장마’라니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사태다. 지금은 가을걷이도 다 끝났고 뒷마무리에 정성을 기울일 때여서 하는 소리다.
올가을 농사는 일찍이 없던 대풍작이다. 밭에는 채 거두지 못한 작물들이 널브러져 있다. 저장능력을 넘어선 과잉생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가을걷이에 이어 다시 파종해야 할 시기를 놓친 농민들은 가슴을 태우고 있다. 마늘, 양파 같은 작물들이다. 비가 잦다보니 밭에 습기가 많아진 탓이다.
습해(濕害)는 일조량의 태부족과 따뜻한 기온과도 연결된다. 포항만 하더라도 특산품인 시금치가 습해 탓에 품질이 나빠져 버렸다. 때문에 숫제 밭을 갈아엎는 농가가 잇따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붙들고 있어봐야 채산이 안 맞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양파는 웃자라 동해(凍害)가 우려되고 노지·시설작물을 가릴 것도 없이 병해충(病害蟲)이 덮치고 있다. 노군병·검은무늬병 따위다. 상주·예천은 곰팡이로 뒤덮인 곶감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어 곶감 주산지의 경제를 흔들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여름엔 태풍조차 불지 않았다. 가뭄의 연속이었다. 오죽했으면 태풍이라도 불어오길 기다리는 마음이었을지 알만하다. 댐의 바닥이 갈라질 정도로 말라붙은 시점에 내린 늦가을 단비는 반갑기만 했다. 그것이 때아닌 장맛비로 변해 농사를 망치려들 줄이야 뉘 알았으랴.
충분히 말리지 못한 벼에서는 싹이 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기상재해를 벗어나 논·밭작물을 온전히 지켜내려면 농업에도 인프라시설이 필요함을 절감하게 된다. 예컨대 저온저장시설의 확충이다. 이런 시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태부족이란 소리다. 상대는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엘니뇨현상이다. 엘니뇨현상을 불러들인 것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엘니뇨와 맞설 방도도 사람이 찾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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