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텅빈 채소밭에 재처럼 식어버린 햇볕이 떨어지게 되면, 고목나무의 앙상한 가지에 까치집만이 덩그랗게 남게되면, 문득 내쉬는 입김이 안개처럼 하얗게 떴다 사라지면, 마을 아낙네들의 입이 수다스러워지면, 털옷이 껄끄럽지 않으면, 바람 소리가 나면, 팽이가 돌면, 썰매의 녹이 벗어지면 … 아, 우리들의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 것이다. 기침소리를 내면서 겨울은 그렇게 오는 것이다.” <李御寧 /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예나제나 가장의 어깨는 늘 무겁다. 집안 형편이 여유롭지 못한 가장일수록 더욱 그렇다. 일년 네 계절 가운데 유독 겨울이 다가오면 마음은 다급해지고 몸은 허둥대게 된다. 그러다가 광에 연탄이 쌓이고 건넌방에 쌀가마라도 들여놓게 되면 두 다리 쭉 뻗게되던 게 불과 몇 십 년 전의 풍경이었다. 쌀가마니와 연탄이 겨우살이 준비의 상징물이던 시절의 얘기다.
어느덧 초겨울이다. 오늘 내일 기온이 뚝 떨어지고 찬바람이 불면 겨울이 우리곁에 바짝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될 것 같다. 이제까지 우리는 가을타령에 젖어있지 않았던가. 기상학에서는 하루 평균기온이 20℃ 이하인 첫날을 가을의 시작이라고 한다나 보다.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에겐 연탄불로 덥혀진 아랫목이 그리워지는 날이 겨울의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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