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국회가 다른 이유를 들어 경제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면서 “직무유기이자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국회가) 맨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한다. 위선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행정부 수반으로서 입법부 비난이 과도(過度)하지 않으냐는 비판이 나올법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국회를 향한 불만과 비판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도 정부 제출 각종 법안을 깔아뭉개는 국회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나서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24일 한·중 FTA 비준안, 노동 개혁 5개 법안, 서비스산업 활성화 4개 법안을 집중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25일 조간에 “대통령의 국회 비판, 너무 잦고 너무 심하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박 대통령의 국회 비난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 박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으로서 입법부를 이유없이 너무 자주, 그리고 심하게 비난했다면 3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국회 비난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국회의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직무유기이자 국민에 대한 도전” “립서비스”같은 용어가 자극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박 대통령의 입장이 절박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야당이 온갖 핑계를 대면서 정부 제출 법안을 물고 늘어지는 상황이 2년 이상 계속되는 데 대한 강력한 불만이다.
야당은 “어렵게 타결된 FTA인데 우리가 이것을 제때 통과시키지 않으면 국익에 얼마나 큰 손해가 나는지 (내가 직접)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나설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경고를 무겁게 새겨야 한다. 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고 나설 것”이라고 한 것은 내년 국회의원선거에서 각종 법안 처리를 방해한 야당에 대한 ‘심판’을 총선에 내걸겠다는 각오다.
박 대통령은 또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은 테러가 국내 민노총 등의 불법=폭력 시위와 동일선상에 있다고 지적하고 테러에 대한 선제 대응을 위한 테러방지법안 처리도 촉구했다. 테러방지법·통신비밀보호법·사이버테러방지법 등이 14년간 국회에 계류된 채 사장되고 있는 상황을 개탄한 것이다.
국회가 행정수반으로부터 “직무유기이자 국민에 대한 도전” “립서비스”와 같은 용어로 비난받은 것은 일단 국회가 자초한 것으로 봐야 한다. 박 대통령의 어법이 어떻고는 그 다음 문제다. 야당이 내년 총선에서 경제살리기와 테러 방지를 방해했다는 비난을 듣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계류된 안건 처리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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