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꿈·희망 선사하는 ‘기적의 선율’
  • 이경관기자
아이들에게 꿈·희망 선사하는 ‘기적의 선율’
  • 이경관기자
  • 승인 201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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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설관리公 ‘꿈의 오케스트라’
   
▲ 기적의 선율이 꿈과 희망을 선사한다. 포항시설관리공단의 ‘꿈의 오케스트라’는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이뤄냈다”는 뜨거운 성취를 우리에게 전한다. 사진은 클라리넷을 연습하고 있는 단원들과 강사의 모습.
   
▲ (사진 가운데)최광훈 음악감독.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꽃과 나비를 닮은 아이들이 악보 위를 난다. 아이들의 연주에 악기들의 재잘거림은 시작되고, 그제야 음악은 살아 숨 쉰다.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1975년 시작한 베네수엘라의 무상음악교육 ‘엘 시스테마’는 예술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적을 낳았다. 엘 시스테마는 마약과 폭력, 총기 사고 등에 노출돼 있는 베네수엘라 빈민가의 아이들에게 악기를 쥐어주고 스스로 꿈을 꾸고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했다. 40여년이 흐른 현재, 30만 명이 넘는 베네수엘라 청소년들이 엘 시스테마를 거쳐갔고 베를린 필의 최연소 단원도 탄생했다. 국내에는 지난 2009년 아브레우 박사가 오케스트라 단원 170명과 함께 내한하면서 ‘꿈의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도입됐으며 경북도내에서는 포항과 안동에서 운영하고 있다. 경북도민일보는 창간 12주년을 맞아 지역의 아동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고 있는 포항시설관리공단의 ‘꿈의 오케스트라 포항’을 기획 취재했다.

 △꿈의 오케스트라 포항은?
 
지난 2013년 시작한 꿈의 오케스트라 포항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포항시가 주관하며 포항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최광훈 음악감독을 중심으로 9명의 각 파트별 강사와 1명의 코디네이터가 60여명의 아동들과 함께 한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음악을 통한 아동들의 사회화를 돕고 함께 어우러져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소외계층 학생 70%와 일반 학생 30% 비율로 선발한다.
 꿈의 오케스트라 포항은 지난해까지 거점기관으로 국비 90%와 자부담 10%로 운영돼 왔으며 운영 4년차를 맞아 지역협력거점기관으로 전환됨에 따라 국비 50%와 지자체 50%로 전환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국비 5000만원과 도비 1500만원, 시비 3500만원 총 1억 원으로 12월까지 포항문예회관에서 관내 아동들을 대상으로 무상 악기 지원 및 주 2회 오케스트라 교육을 실시한다.
 △기적을 연주하는 그들의 이야기
 지난 28일 월요일 오후 4시30분 포항문예회관은 다양한 악기 소리로 가득했다.
 그것은 꿈이라는 악기로 희망을 연주하는 꿈의 오케스트라 포항의 희망가였다.
 단원들은 최광훈 감독을 비롯해 9명의 강사들과 함께 현악기군과 목관악기군, 금관악기군, 타악기군 등 각 파트별로 나눠져 연습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기자는 취재 전, 단원들의 실력에 대해 큰 기대를 갖지 않았었다.
 “대부분의 아동들이 오케스트라에 들어와 처음으로 악기를 접했다는데, 오합지졸인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자의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단원들은 최 감독이 이끄는 대로 자신이 맡은 악기를 연주했고 그들의 노래는 아름다웠다.
 잔잔하게 퍼져가는 오페라 ‘마술피리’ 서곡부터 온몸을 들썩이게 하는 오페라 ‘천국과 지옥’의 캉캉에 이어 우리 민족의 한을 담은 아리랑까지. 꿈의 오케스트라 포항 단원들의 연주는 감동을 넘어 기적에 가까웠다.
 강사들은 연주 중간 중간, 곡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아동들 곁에 자리해 어려운 부분을 다시금 알려주는 모습이었다.
 2013년 첫 해부터 참여했던 아동들은 이제 막 꿈의 오케스트라 포항에 들어온 신입생들에게 더 없이 훌륭한 선생님이 됐다.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김유진·김소예 단원은 초등학교 5학년이던 12살 오케스트라에 들어와 어느덧 교복을 입는 여중생이 됐다.

 김유진 단원은 “음악 수행평가 때나 장기자랑 때, 할 수 있는 악기가 없었는데 클라리넷을 배우면서 친구들에게 연주를 들려줄 수 있어 기쁘다”며 “이곳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최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첼로를 연주하는 김결(12) 단원은 “첼로를 켜는 순간이 너무 재미있다”며 “연습은 힘들지만, 오케스트라에서 만난 선생님과 언니,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단원들에게 첼로를 가르치고 있는 강사 서미리내(31) 씨는 수업에 앞서 아이들에게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물었다.
 아이들 대부분이 바쁜 엄마, 아빠로 인해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하기 때문.
 서 씨는 “작은 대화를 통해 아이들과 소통의 문을 연다”며 “첼로가 어떤 악기인지도 몰랐던 아이들이 연습을 통해 곡을 완성시켜가는 모습을 볼 때 감동을 느낀다. 아이들은 악보를 통해 양보와 배려가 주는 힘을 배운다”고 말했다.
 “음악은 내 삶을 구원했다. 내 안에 고여 있던 분노를 밖으로 끄집어내도록 도와주었다. 만약 음악이 내게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내게 관악기 다루는 법을 알려주고 내 행동을 교정하고 재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던 자원봉사자 이그나시오 폼보나같은 사람이 내게 손을 내밀지 않았더라면, 오늘 나는 여기 이 자리에 없을 것이다.”(체피 보르사치니이 ‘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 중)
 마약을 하며 강도짓을 한 소년은 엘 시스테마로 자신의 삶이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회고한다.
 인생이라는 길을 걷다보면, 기쁨도 분노도 슬픔도 마주하게 된다. 기쁨을 만났을 때는 조금 더 겸손하게, 슬픔을 만났을 때는 긍정의 힘을 믿고 다시금 일어나야 한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기쁨보다 슬픔과 실패를 먼저 만난 아이들에게,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이야기하며 손을 내민다.
 한편 올해 꿈의 오케스트라 포항은 오는 7월 실력향상발표회를 갖고 오는 12월 정기연주회를 열 계획이다.
 △꿈의 오케스트라 포항 최광훈 음악감독 인터뷰
 
“어둡던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밝아지는 모습을 봤을 때, 가슴 속에서 뭔가 뜨겁게 올라오는 것을 느꼈어요.”
 꿈의 오케스트라 포항을 이끌고 있는 최광훈 음악감독은 지난 2013년 오케스트라가 출범했을 때부터 아이들과 함께했다.
 최 감독은 “올해로 4년째다. 아이들과 함께 나 역시도 성장했다”며 “무대의 긴장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잡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 아이들의 변화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변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리던 아이들이 어느새 집안 이야기 등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며 또한 “합주를 통해 배려를 배우고 또 타인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던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소통하는 법을 깨달은 듯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단원들은 1년에 평균 10곡 정도를 마스터 한다. 악기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소화하기에는 벅찬 양이지만 걱정은 없다”며 “서로가 서로를 끌어주면서 어느새 자연스럽게 실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감독은 그 모든 것에는 음악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게 말 한 마디 걸지 못하던 아이가 어느새 음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며 “그것은 음악이 건넨 자존감이라는 선물이자, 그 아이를 응원하고 지지했던 모든 선생님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꿈의 오케스트라 포항이 갈 방향에 대해 최 감독은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지역민들의 지원과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꿈의 오케스트라 포항 역시 지역의 지속적인 지자체와 지역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꿈의 오케스트라는 ‘음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한’ 무엇인가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아이들의 삶이 음악을 통해 더욱 풍성해지기를 그리고 행복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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