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첫 제재, 솜방망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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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첫 제재, 솜방망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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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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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과거보다 더 강력하게 규제하는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지 1년 3개월 만에 첫 제재사례가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현대증권, 현대로지스틱스 등 4개 회사에 과징금 12억8500만원을 부과하고, 현대로지스틱스는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는 그룹의 자금난 때문에 이미 매각됐지만, 과거 현대그룹 소속일 때 거래행위가 적발됐다. 2개 회사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매제가 보유한 회사를 부당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현정은 회장은 “직접 사익 편취행위를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회사 임원이 부당행위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제재를 받지 않았다. 회사 임원이 그룹 회장의 매제 회사에 대해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를 일방적으로 지시했다는 설명인데,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공정위 조사 내용을 보면 재벌 그룹 내의 일감 몰아주기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한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현대증권은 영업점 등에서 쓰는 복합기를 빌리면서 현회장의 동생 부부가 지분 90%를 보유한 컴퓨터 유지보수 회사 HST를 이유 없이 거래단계에 끼워 넣어 통행세 10%를 줬다. 이렇게 해서 부당지원된 자금은 일감 몰아주기 금지법이 적용된 작년 2월부터 10개월간 4억6000만원이다. 여기에 두 회사가 물게 된 과징금은 각각 4300만원이다.

 현대로지스틱스는 기존 거래처와 계약 기간이 1년 남았는데도 택배 운송장 사업을 시작한 쓰리비라는 회사와 새로 계약을 맺었다. 쓰리비는 현 회장의 매제와 그의 두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업체다. 비용도 경쟁업체보다 12~45%까지 높게 책정해 2011~2014년 56억여억원을 부당지원했고, 총수일가는 14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공정위는 현대로지스틱스에 11억2200만 원, 쓰리비에 7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현대로지스틱스의 경우 부당지원 규모가 커서 검찰 고발 조치도 병행했다. 현대증권의 경우는 ‘통행세’라는 자체 세금까지 만들었고, 현대로지스틱스는 멀쩡한 거래업체를 내쫓고 매제 회사에 웃돈까지 얹어서 요금을 지불하는 수법을 썼다. 시장경제의 원칙은 간 곳이 없고 사적 세금까지 만들어 돈을 뜯어줬으니 이래도 되는 건가 싶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 본격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시행하면서 40개 그룹에서 자료를 받았고, 이중 위반 혐의가 큰 현대, 한진, CJ, 하이트진로, 한화 등 5개 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해 왔다. 또 나머지 법 위반 혐의가 있는 그룹도 단계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산 5조 원 이상인 대기업의 총수일가가 지분 30% 이상을 가진 경우’가 규제대상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몇몇 재벌이 지분매각이나 인수합병, 혹은 분사 등의 방법을 통해서 지분율을 조작해 규제를 빠져나가는 일이 심심치 않게 알려졌다.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는 단순히 금전적 특혜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거대 기업의 편법상속과 경영권 세습을 위한 음성적 통로가 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기업경쟁력을 갉아먹는 일이 될 수 있다. 법률의 근본취지를 훼손하는 일이 거듭된다면, 결과는 더 강력한 제재를 불러올 뿐이라는 점을 모두 인식해야 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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