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 배출가스 조작사태가 또 불거졌다. 환경부는 16일 일본닛산 경유차 캐시카이에서 배출가스 양이 불법 조작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캐시카이 차량을 실험 조사한 결과 배출가스 저감설비인 재순환장치가 작동 중단하는 현상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독일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의 여진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이다. 첨단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독일과 일본 자동차 기업의 조작 스캔들이 잇따르면서 충격파가 적지 않아 보인다.
심심찮게 터져 나오는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은 연비와 관련이 있다. 연비는 차량의 기술력과 경제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폴크스바겐도 연비 향상을 위해 배출가스저감장치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온 사실을 끝내 인정해야만 했다.
일본 미쓰비시는 최근 자사 차량의 연비 수치를 조작했다고 스스로 시인하며 고개를 숙였다. 법령에 정해진 중량보다 가벼운 차량을 사용해 조작한 수치를 공식 연비로 내세우는 수법이다. 연비나 배출가스 조작은 소비자의 판단권과 선택을 마비시키는 명백한 사기 행위다.
배출가스 조작은 일개 기업의 불법적 행태로만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구촌 화두인 환경 문제와 직결돼 있다. 경유차는 화력발전소와 더불어 대기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받아온 지 오래다.
이날 국내 공기질 수준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공개됐다.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환경성과지수(EPI) 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기질(AIR QUALITY) 수준은 조사 대상인 세계 180개국 중 최하위권인 173위로 나타났다. 이산화질소에 노출되는 정도는 전세계에서 공동 꼴찌, 환경위험 노출도를 나타내는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103위다. 10대 무역 대국으로 우뚝 선 우리나라의 경제력에 비춰 참으로 민망한 환경 성적표다.
이번 조작사태가 단순한 민·형사 사건으로 끝나선 안 된다. 국산차와 수입차 구분 없이 최근 한국 자동차 시장은 경유차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수입 경유차의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파르다. 휘발유에 비해 저렴한 경유 가격이 큰 요인이지만 디젤차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유럽에서도 최근엔 그 비중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유럽 각국은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대책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은 일정한 규제기준을 초과하는 경유차의 도심 진입을 막기 위한 법적 대책을 마련 중이고 프랑스 파리는 디젤 차량을 영구 추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정부 일각에서도 경유차 규제를 위한 대기 정책의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국내에선 경유세 인상 방안이나 배출가스 규제기준 강화 방안이 거론될 수 있다.
다만 경유세를 인상하는 방안이 강구될 경우 주 고객층에 영세사업자나 운수업 종사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세금 정책을 쓰더라도 서민층에 대한 지원 대책은 별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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