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필, 전원에서 살아가는 법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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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수필, 전원에서 살아가는 법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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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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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두견새 울어 잠자리를 거두었다. 산자락 물안개가 신기루 같구나!
 아침 아지랑이 하늘에 올라 봄소식 전하기 바쁘고, 바닥에 놓여진 새순들이 시샘하듯 자태 뽐내기가 오케스트라 향연 같아 어리둥절하고, 그 것을 바라다보는 나는 온 몸 구석구석 새로운 세포가 근질거리듯 발진하며 나의 늙음을 거두어 갔다.
 산 까치 곁에서 울어 매일매일 고운 님 고운 소식 올 것 같은 예감에 가슴 부풀고  모진 삭풍 찬 겨울 견디어 낸 나뭇가지가 그저께 눈다래끼 같은 새 순을 튀우는가 싶더니 오늘 아침 만나보니 파릇 새 잎이 제법 돋아 나를 놀렸다.
 마른 잔디 바람에 건풀되어 날아간 자리에 억척같은 새 순이 얼굴을 내밀고 두룹의 용틀임이 가지를 진동하고 있다.
 푸드득 꿩의 무리가 발정이 난 듯 괴성을 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돌배 꽃이 함박 눈을 뒤집어 순 듯이 저 만큼에 서있다
 세상의 영욕에서 쫓겨나 번뇌의 뒤안길에 서 있는 내 눈에 건 불이 낀듯하구나!
 세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이곳까지 왔는데 내 마음을 송두리째 구속하려는 자연의 음모가 가슴을 뜨겁게 한다.
 뒷산을 붉게 색칠하려는 창꽃 무리의 향연에 가위 눌리듯 내 거칠음이 오히려 잔잔한 설레임을 일으킨다 .
 매화, 연산홍, 라일락, 쟈스민 등이 미인대회를 열고 있다. 내 코를 자극하는 진한 꽃향기에 내 마음도 어느덧 저잣거리의 기생이 되어 바람이 나고 싶어진다
 한치 오차 없는 만물들의 꿈틀거림이 인간의 오만을 조롱하듯 조물주의 칼날 같은 감각이 절정을 이루는 들녘 봄 가운데 있는 나는 행복하다.
 늦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어느 날 들 자락에서 자귀나무 한 그루 캐다가 마당에 심었다. 나무의 모습이 분재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비틀림 해 놓은 듯 나무의 성질상 용트림 할 수 없음에도 그 비틀림이 가상해서 심어놓고 매일 기도하듯 살아나기를 기대했는데 내 노력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어제 새순 돋아나 마치 첫 손주를 본 듯 기분 좋은 나를 만들어 주었다 .
 달포 전에 씨암탉 몇 마리를 시골장에서 사와 풀어놓았는데 딸아이 가족이 놀러와 두어 마리 잡아 내놓으니 맛있게 먹어 주었다 모처럼 장인 노릇한 것 같아 이것도 전원생활의 한가지 즐거움인가 싶다.
 집 뒤 빈터에 아내와 씨앗을 놓았다.
 상추, 오이, 방울토마토, 가지, 무, 쑥갖, 케일, 배추 등 요즘 웰빙 바람으로 한창 뜨는 갖가지 채소를 다 심어놓았다. 저마다 자기의 모양을 이루며 그 푸르름이 녹색 카페트를 깔아 놓은 듯 하여 붉어야할 내 혈관 속의 피가 녹색으로 변해가는 듯 하다.                               김 인 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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