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포항영일대 해수욕장의 애물단지로 불려온 고사분수가 철거될 모양이다. 보도(본보 13일자 4면)에 따르면 포항시는 “고사분수 운영에 많은 돈이 들어가고 현재 여러 부품을 교체하는 데 50억원이 넘게 소요될 것으로 예측돼 철거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 설치된 이후 툭 하면 고장이 나 수리비가 심심찮게 들어간 데다 정상가동 시의 유지비 또한 만만찮아 그동안 ‘돈 먹는 하마’로 불렸던 시설물이 이 고사분수다. 그런 만큼 시민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너나없이 하루빨리 철거해야 할 애물로 여겨온 터다. 그런 점에서 포항시의 철거결정은 만시지탄마저 갖게 하는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시민들 입장에서는 따지고 싶은 것이 없지 않다.
이 고사분수는 영일대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바다 쪽으로 50m 떨어진 해상에 있다. 시가 예산 16억원으로 만들었는데 설치 당시부터 ‘물 가운데 무슨 분수냐’는 의구심과 비판을 들었다. 물론 물 가운데서 솟아오르는 분수는 시원스럽고 멋진 광경을 연출한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설치를 한 사람들의 뜻대로 여름철 시민들과 외래 휴양객들에게 시원한 그림을 보여주는 시설이었다면 그나마 좋았겠으나 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가동 후 2~3년간은 하루가 멀다 하고 고장을 일으켰다.
고사분수와 관련된 이런 저간의 사정을 상기하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있다. 관광개발이란 이름 아래 관공서 사람들의 단견(短見)으로 마구잡이 시행되는 각종 사업의 적정성과 합당성을 따져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기능이 있어야겠다는 것이다. 물론 기초의회나 시민단체 같은 감시기구들이 그 일을 해 줘야 한다. 하지만 고사분수의 경우 처음 설치할 그 때도 포항시의회가 있었고 행정을 감시하는 각종 시민단체들도 있었다. 제도권 안팎의 감시기구가 힘을 발휘하는 데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예산 집행권을 가진 행정 주체가 꼭 하려고 든다면 사실상 통제할 방법이 없는 게 지금 우리 사회다. 영일대해수욕장 분수는 만든 지 9년 만에 철거되지만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말았다. 시민들은 누구를 상대로 어떻게 이런 일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행정하는 사람들의 각성을 또 한 번 촉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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