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백서(白書)는 정부가 정치 경제 외교 등에 관한 실정(實情)이나 시책을 발표하는 보고서를 이르는 말이다. 흔히 교육백서 국방배서 경제백서 외교백서 따위로 쓴다. 정부가 국민에게 밝히는 보고서인 만큼 그것의 생명은 어디까지나 정직성에 있다. 비록 감추고 싶은 불편한 진실일지라도 한 점 숨김없이 드러냄으로써 정부가 하는 일에 음습함이 없도록 하자는 뜻이 담겨 있는 낱말이라 하겠다. 아마도 백서를 발간하는 본뜻은 지난 과오의 거울로 삼아 그런 잘못을 거듭하지 말자는 것이리라.
본디 영어 화이트페이퍼(whitepaper) 또는 화이트북(book)의 역어가 백서다. 영국 하원에서 국가 및 정부 관련 각종 보고서나 서류를 철할 때 하얀 종이로 겉표지를 만든 데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일찍이 영국 의회가 국민에게 공개할 보고서를 펴내면서 표지를 흰색으로 한 뜻은 다름 아닐 것이다. 형용사 ‘화이트’는 순수, 결백을 뜻할 뿐 아니라 다시 ‘신뢰할 수 있는’이란 뜻으로 확장되는 데에 그 해답이 있으리라.
거대 여당이 형편없이 추락해버린 그 전말을 되짚어 보고 패인을 철저히 분석하자는 게 돈 들여 백서 발간한 목적일 게다. 하여 고칠 것은 고치고 책임 물을 인물에겐 정치적 책임을 지우자는 것일 터이다. 그런 뒤에 당을 제대로 추스르자는 의미를 담은 대국민, 대 당원 보고서가 아니겠는가. 물론 궁극의 목적은 이후 다른 선거에서는 참패를 되풀이 말자는 것이리라. 그런데 당내 계파들 눈치 보느라 ‘진실’은 못 건드리고 내용을 ‘조정’한 듯한 냄새를 풍긴다니 이것이 무슨 ‘백서’이며 의미가 있는 책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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