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권
향가를 읽는데 손가락이 저려왔다
천수천안 같은 무정형의 전율이
어디 내 손에 곁눈 하나를 내주었나
벚꽃이 사방으로 피었지만
눈앞에 있는 어떤 길도 보지 못하는
너의 깊은 적막을 만져보고 싶다
하늘에서 내리는 몇 억개의 별과
내 손가락 눈에 벚꽃이 하얗게 쌓여
잠시 앞이 어두워도 속삭이고 싶다
나비가 날고 버찌가 돋아나는 순간,
내안에 잠시 머문 너에게 손을 내밀면
흔들리는 너의 본성을 보아서 생기는 통증은
바람에 내주고, 나는 다만 눈물이 마른
깊은 속울음 하나 매단 너의 입술 위에
별들처럼 떨리는 순간을 말하는 것이다
모든 떨림의 순간보다 적막이 더 두려워도
보는 방향이 달라 달라진, 적막 속
빛나는 절벽의 취기를 보여주고 싶다
벚꽃이 내 손 위로 하염없이 쌓이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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