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지긋지긋한 그 ‘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대통령선거 ‘야권후보 단일화’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석 직전인 11일 “국민들의 간절함을 받아들이며 노력하다보면 통합이든, 단일화이든 다 길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했다. 4년 전 자신으로 야권후보 단일화가 이뤄졌는데도 패배해놓고 다시 ‘단일화’를 들고 나온 것이다.
문 전 대표가 “국민들의 간절함”을 내세우며 들고나온 ‘야권후보 단일화’는 두말할 것도 없이 자신을 중심으로 뭉치는 ‘단일화’를 의미한다. 얼마전 대권 재수(再修)를 언급한 문 전 대표가 다른 후보에게 양보할 생각으로 ‘야권후보 단일화’를 입에 올렸을리 만무하다. 야권후보 단일화의 걸림돌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양보’를 전제로 한 것이다.
과연 안 전 대표 반응은 어떨까. 그는 문 전 대표가 “국민들의 간절함”을 내세워 후보 단일화를 언급한 바로 그날 “내년 대선에는 양극단 세력과의 단일화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가 말한 ‘양극단 세력’은 새누리당내 ‘친박’과 더민주당의 ‘친문’을 말한다. 그 중에도 문 전 대표가 표적이다. 아예 단일화의 싹을 ‘싹둑’ 자른 것이다.
총선 직전인 지난 3월말에도 문 전 대표가 “(야권연대가 안 되면) 야권 전체는 역사의 죄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하자 안 전 대표는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으려고 한다면 확장성이 큰 국민의당 후보에게 양보하라”고 되받아쳤다. 이 쯤되면 ‘야권후보 단일화’는 입에 올리지 않는 게 정상이다. ‘역사의 죄인’으로 비난받으면서도 기어이 단일화를 하겠다는 것은 수치스런 일이다.
그러나 더민주당의 ‘단일화’ 욕구는 식을 줄 모른다. 더민주당이 그제 김민석 대표의 원외 민주당과 통합을 선언한 것이 그것이다. ‘김민석 민주당’은 2014년 3월 민주당과 안철수의 새정치연합이 합당하면서 민주당이 해산되자마자 중앙선관위에 ‘민주당’ 당명을 신고한 ‘알박기 정당’이다. 더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통합을 선언하자마자 더민주당의 약칭을 ‘민주당’이라고 명명했다. 당명 하나 때문에 ‘알박기 정당’과 통합한 셈이다.
특히 김민석은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해 ‘김민새(김민석+철새)’로 불렸던 인물이다. 그는 2008년 민주당 최고위원 시절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되면서 당을 떠났다. 결국 더민주당은 ‘민주당’ 당명 하나를 건지기 위해 노무현을 버렸고, 정치자금 비리 전력이 있는 김민석과 손을 잡은 셈이다. “김민석은 봉이 김선달, 추미애는 호갱’이라는 하태경 의원의 비난도 그래서 나왔다. 대선을 앞두고 그 지긋지긋한 ‘야권후보 단일화’ 소리를 얼마나 들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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