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1년 5개월여 남았다.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권력형·친인척 비리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다. 역대 정권이 임기말 권력형 대형 스캔들이나 친인척 비리로 나락으로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나름대로 권력 관리를 잘해온 편이다.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가 4년 가까이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다가 이제사 변호사 개업을 신고한 것도 그만큼 박 대통령의 주변 관리가 엄격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 점은 야당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느닷없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문제가 불거졌다. 일부 언론과 야당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에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박 대통령과 가까운 최순실 씨가 개입됐다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최 씨는 고 최태민 목사의 딸로 박근혜 대통령의 당 대표시절 보좌관 출신 정윤회 씨 부인이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미르 재단에는 삼성그룹이 125억원, SK 68억원, LG 48억원, 현대차 39억원 등 총 19개 기업에서 모두 486억원을 출연했다. 또 K스포츠 재단에는 삼성 79억원, 현대차 43억원 등 역시 19개 기업에서 총 288억원을 냈다. 두 재단에 들어간 기업의 돈이 무려 800억원에 가깝다.
두 재단 초대 이사장도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사퇴했다. 그러다 K스포츠 재단 이사장에는 최순실 씨가 자주 드나든 서울 강남 고급 마사지 센터 대표가 임명됐다. ‘마사지’와 스포츠재단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의문이다. 야당은 미르와 스포츠 재단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냄새가 난다고 공격하고 있다.
두 재단이 벌인 활동은 미미하다. K스포츠 재단이 지난 5월 2일 박 대통령의 이란 순방 때 태권도 시범단 공연을 주최했고, 미르재단이 프랑스 순방 때 요리 시식행사를 진행한 게 사실상 전부다. 재단이 설립되고 실시한 첫 행사가 박 대통령 해외순방에 따른 부대행사였다니 그 배경이 더 궁금할 뿐이다.
언론과 야당의 의혹 제기에 청와대는 “문화관광부가 두 재단 설립 취지에 공감하고 설립을 도와준 것은 사실”이라며 “전경련에서 만든 재단이기 때문에 대통령 해외 순방 때 경제사절들이 참여하듯 재단도 참여해서 도움을 준 것”이라고 밝혔다. 최순실 씨 문제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추측성 기사로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과 박 대통령이 어떤 관계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 말에 재벌들로부터 거액을 걷어 이런 저런 재단을 만드는 것은 의심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청와대는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할 게 아니라 관계가 없으면 그 내용을 상세히 밝히는 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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