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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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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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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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밤을 괴롭히는 모기는 정말 얄밉다. 기억에 의하면 옛날 모기는 물어도 `따끔’하고 말았던 것 같은데, 요즘 도시생활에서 겪는 모기는 그렇지 않다. 흡혈관이 들어갔던 부위는 퉁퉁 붓고 벌에 쏘인 것만큼이나 따갑고 가렵다. 여름, 모기가 극성인 한철 넘기면서 그야말로 견문발검이라 했듯이 칼이라도 빼들고 싶어질 때도 없지 않다. 도술을 부려 일거에 멸종이라도 시켜버리고 싶은 잔인한 심사도 솟는다.
 고려 때의 문인 이규보(李奎報)도 왜 모기를 내었느냐고 조물주에게 항의하듯 따지고 있다. 모기에 대한 혐오감에서 `조물주에게 묻는다(問造物)’는 제목의 수필을 동국이상국집에 남긴 것이다. 조물주니, 전지전능한 하느님이니 하는 존재란 없다는 말을 하려 한 듯이 보이지만, 여기서 그 주제는 호미곶자의 관심이 아니다. 고대의 대학자도 모기를  대단히 싫어했던 사실에 눈길을 돌려볼 뿐이다.
 종이가 황금처럼 귀했던 시절에 대문호가 글로 적어 남길 정도였으니 예나 지금이나 모기란 놈은 정말 짜증스러운 존재인가 보다. 일찍부터 모기를 보고 칼을 뽑고 파리에게 칼을 휘두른다는 뜻의 `견문발검’이니, `노승발검’이니 하는 말을 써온 걸 보면 우리가 사소한 일에 특별히 화를 잘 내는 민족이거나, 한반도에 서식하는 파리 모기가 유별난 것인지도 모른다.
 모기철이 돌아왔다. 모기에 물려 짜증스러워 아파트 16층에서 바깥을 향해 가재도구를 마구 집어던져 주차되어 있던 차량 9대를 심하게 망가뜨린 50대가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모기한테 화를 내어 세간을 내던지고, 이웃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소동을 빚고 남의 재물을 왕창 부수고도 모자라 경찰을 두들겨 팼다고도 한다. 9백년 전 이규보가 조물주에게 글로써 항의한 그 품격이 새삼 돋보이게 하는, 지난 26일 부산동래구 복천동 발 해프닝이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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