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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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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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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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망친다는 것은 결국 죄가 있다는 자백밖에는 안돼. 그러니 그럴 수는 없지”.<M.A.아스투리아스/대통령 각하> 위에 짤막하게 인용한 글귀처럼 사람들은 죄를 짓고 도망하고,사세가 불리해서도 도망하고,꽉 막힌 현실을 벗어나려 도망한다. 도피, 도주라고 해도 그 뜻은  엇비슷하다.
 비슷하기는 `삼십육계 주위상계(三十六計 走爲上計)란 옛말도 마찬가지다.흔히들 `삼십육계 줄행랑이 최고’라고 쉽게 풀이해서 쓰는 말이다. 중국 고서에 나오는 이 말을 철저하게 믿는 사례가 뺑소니차가 아닌가 싶다. 뺑소니차 운전자10명 가운데 6명은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는 통계가 있어서 하는 소리다.1970년부터 23년 동안을 분석한 자료이니 요즘은 많이 개선됐는지도 궁금해진다.
 며칠 전 포항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뺑소니차 운전자가 사고 물증을 없애려 다리 밑에 차를 버리고 불까지 질러 버렸다. 사흘동안 눈독 들인 고철도둑들이 이 불탄 차량을 뜯어 1곘트럭에 옮겨 싣다가 때마침 순찰중이던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는 이야기다. 불 탄 범죄차량을 뜯어 한몫잡으려 했다니시쳇말로 황당하다.
 이 어처구니 없는 사건은 시대상을 되비추는 거울 같다는 생각도 든다.뺑소니차→차량 방화→고철도둑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요즘 번지는 범죄의 종합판 같아서다.그러잖아도 대구·경북엔 방화사건이 잦은 편이다. 진화장비 판매업자가 차를 타고 다니며 이 산 저 산에 불을 질러댄 사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게다가 대구는 연쇄차량 방화의 소굴처럼 돼버렸지 않은가. 오랜만에 방화증 환자 몇을 붙잡아 경찰 체면을 다소나마 세우기는 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크건 작건 완전 범죄는 없다.해결에 시간이 걸려 세인의 기억에서 사라진 일도 결국은 꼬리를 잡히고 만다.불 지르기를  사태 해결의 열쇠로 삼으려는 발상부터가 영 황당하기만 하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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