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세탁 수법의 본질은 `넣었다 뺐다’에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검은돈은 슬그머니 `흰돈’이 되어 원래 검었던 몰골을 숨기게 된다. 그 세탁술이 기업에서 정치판으로 넘어갔는가. 범여권이 근래 벌이고 있는 헤쳐모여식 정당해산과 잇단 창당, 합당 움직임이 `당세탁’ 노림수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새천년민주당이 찢어져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된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사람들과 민주당이 새로 합치기도 하고, 또 다른 정파모임을 만들 궁리도하며, 또 열린우리당에 남은 사람들이 무슨 소리들을 웅얼거리며 `대통합’을 주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지럽다. 몽켰다가 흩어지고 다시 이합집산하는 복잡한 광경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어느새 이당저당 바꾼 국회의원들의 `원적’을 기억하기가 어렵다.
그런 점에서 지금 범여권으로 불리는 정치인들의 분당과 창당과 합당의 현란한 이합집산 의도는 성공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돈세탁이건 당세탁이건 결국은 그 본래 색깔이 들통나게 되어 있다. 당을 세탁했다고 해서 구성원의 생각까지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우리 국민들은 지금 정파들의 당세탁쯤이야 더듬어낼 만큼의 기억력은 가지고 있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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