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진솔한 삶 이야기
  • 이경관기자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진솔한 삶 이야기
  • 이경관기자
  • 승인 2017.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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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살로메 인터뷰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비열함과 구차함의 내성이 생기도록 여자는 자꾸만 안으로 침잠해갔다. 양지바른 부촌의 햇살을 받고 자란 지혜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음습한 뒷골목의 맞바람을 안고 자란 여자의 시니컬한 냉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던 시절이었다.”(235쪽, ‘왼손엔 달강꽃’ 중)
 소설가들에게 책 출간은 산모가 열 달 품은 아이를 낳았을 때 그 뜨거움과 비슷할 것이다.
 등단 12년 만에 첫 소설집 ‘라요하네의 우산’을 출간한 소설가 김살로메<사진>.
 최근 김 작가를 만나 소설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끄럽지요. 12년 만에 출간한 책이니.”
 출간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건넨 첫마디였다.
 2004년 영남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 작가는 포항문인협회, 문예아카데미, 포항시립도서관 강좌 등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틈틈이 창작에 매진해왔지만 소설집 출간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모든 중년 여성들의 생이 그랬듯 김 작가에게 주어진 타이틀 역시 많았던 것.
 그녀는 “누군가의 아내이자, 또 엄마이며, 사회가 내게 쥐어준 많은 굴레는 나를 창작으로부터 옭아맸다”며 “그것을 이겨내는데 12년이 걸렸다. 지난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렇게 세상 속에 책을 내놓고 보니 용기가 부족했던 또 게을렀던 내 자신이 후회된다”며 “지금이라도 이렇게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에 고맙다”고 말했다.
 쉬이 탄생한 소설집이 아니었기 때문일까.
 소설집 ‘라요하네의 우산’은 결코 가볍지 않은 우리들의 삶 속 이면을 깊이 파고든다.
 작가는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무심히 작품 속에 담아낸다.
 10편의 소설이 구축한 세계를 탐미하다 보면 ‘그럼에도 살아야 하나’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김 작가는 “소설집 속 10편의 소설은 내가 삶과 인간을 바라본 또 다른 시선이며 기록”이라며 “소설 속 등장하는 알비노증 약사, 대학시간강사, 불륜에 빠진 간호사, 살인을 주도한 무기수 등은 얼핏보면 삼류 인생을 살 것 같은 사람들이지만 내가 그리고자한 그들의 삶은 ‘그럼에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삶’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삶은 실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 감정을 쏟을 가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무언가를 좋아하고 집착하는 건 죄가 아니다.”(94쪽, ‘라요하네의 우산’ 중)

 표제작 ‘라요하네의 우산’은 좌우 대칭 강박증이 있는 ‘샌드리’와 그녀와 한 방을 쓰게 된 여행메이트 ‘지미’의 이야기다.
 일상 속 쉼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 지미와 강박증을 이기기 위해 여행에 나선 샌드리의 만남은 어쩌면 애초부터 틀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그들의 만남을 통해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 작가는 “어쩌면 인간관계는 소설 속 라요하네 성당 종소리처럼 규칙적인 흐름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한다”며 “샌드리와 지미는 그런 면에서 최고의 여행메이트가 아니었을까”라고 밝혔다.
 그녀는 가장 애착가는 작품으로 ‘왼손엔 달강꽃’을 꼽았다.
 김 작가는 “허구가 많은 부분 삽입됐지만 친구를 바라봤던 나의 시선 등 많은 부분에서 내 삶을 진솔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며 “자전적 요소가 담긴 만큼 독자들이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줬으면 하는 욕심이 가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작가의 자전적 스토리가 담겨있어서 일까.
 이 작품은 소설집 속 다른 작품에 비해 문체나 스토리 등 다양한 면에서 부드러웠다.
 소설 ‘왼손엔 달강꽃’은 실패한 첫사랑을 기다리는 ‘여자’와 최근 재혼했지만, 전 남편과 아이 때문에 갈등을 빚는 ‘지혜’ 두 친구의 이야기다.
 시종일관 담담한 문체를 선호하던 작가가 이 작품 속에서는 감정을 짙게 토해낸다.
 “걔 눈에서 달강꽃이 아른거리면 같이 자버릴까?” 묻는 소설 속 ‘여자’를 통해 저자는 여성으로서 사랑을 갈구하는 중년 여성의 삶을 농밀하게 담아낸다.
 소설은 전 남편을 만나기 위해 함께 서울로 가자는 지혜의 말을 저버린 여자가 오지 않는 첫사랑을 기다리는 장면으로 끝맺는다.
 김 작가는 “첫사랑과의 또 시작을 기대하는 ‘여자’와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재혼을 택했지만 ‘엄마’로서의 삶도 저버리고 싶지 않아 고뇌하는 ‘지혜’를 통해 억눌려 있던 나 자신의 삶을 그려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뭐 하나 시원스레 이뤄지지 않는 것이 삶이 아닐까.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의 왼손에 달강꽃이 피길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사는 것 그것이 삶이 아닐까”라고 밝혔다.
 일상 속에서 소설의 소재를 찾고 스토리를 수집한다는 김 작가는 “일상 속 모든 행위와 주변인들의 이야기, 책과 TV 속 다양한 콘텐츠는 내게 많은 아이디어를 주는 아이디어 창고”라며 “그것들을 수집해뒀다가 필요할 때, 하나씩 꺼내 작품으로 탄생시킨다”고 말했다.
 다음 책으로 칼럼집을 구상하고 있다는 김살로메 작가는 “뭐든 시작했으니 다음은 쉽겠죠”라며 환히 웃어보였다.
 그 웃음 속에서 달강꽃이 아른거렸다.
 중년의 여성이 그려내는 세계는 담담해 슬펐고, 그랬기에 찬란히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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